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해외미디어]타임워너-디즈니 싸움에 시청자만 골탕

입력 | 2000-05-14 19:29:00


최근 미국에서는 미디어 업계의 공룡들이 싸우는 통에 시청자들이 희생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타임워너와 월트 디즈니가 케이블 전송을 둘러싸고 충돌한 게 대표적 사례.

타임워너가 발행하는 주간지 ‘타임’ 최근호는 이 경위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두 회사의 10억 달러 짜리 힘겨루기에 TV 시청자들이 희생됐다”고 스스로 지적하고 나왔다.

사건은 타임워너의 케이블 회사인 타임워너 케이블이 월트 디즈니 소유의 지상파 ABC TV의 인기 프로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어하는가(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를 일방적으로 전송하지 않아 발생.

이로 인해 타임워너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7개 도시 350만 시청자의 볼 권리를 박탈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월트 디즈니에도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디즈니는 타임워너와의 케이블 사업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다 ‘ABC 암전’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월트 디즈니는 1999년말부터 유료인 디즈니 채널을 타임워너 케이블 망에 기본(무료)채널로 넣기 위해 협상을 시작했으나 전송료가 큰 걸림돌이 됐다. 디즈니는 3억 달러(3300억원)를 요구했고 타임워너는 난색을 표명했다.

월트 디즈니는 이번 줄다리기에서 아메리카 온 라인(AOL)과의 빅딜에 대한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앞두고 말썽을 빚지 않으려는 타임워너의 처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도 있었다.

결국 타임워너 케이블은 5월초 이틀간 ABC 프로그램의 방송 금지라는 초강수를 뒀다가 FCC로부터 위법성을 지적받아 제동이 걸렸고, 11일 다시 협상테이블로 나왔다.

이번 사건은 타임워너와 AOL의 합병이 초래할 프로그램 공급망(케이블 등)독점에 대한 디즈니의 두려움이 낳은 사건이기도 하다. 사실 분배망(케이블 망)이 없는 컨텐츠 업체인 디즈니도 타임워너/AOL의 독점에 대한 공포가 컸다.

특히 1월초 타임워너와 AOL이 개별 시스템을 개방하는 한 합병을 반대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보도했던 뉴욕타임스도 최근 사설에서 “ABC 암전 사태를 계기로 FCC가 타임워너/AOL에 대해 더 엄격한 전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임워너 케이블의 편성책임자인 프렛 드레슬러는 “이번 일로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송사의 결정은 상상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