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은 새로운 예술인가? ‘그렇다’는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 시도만큼은 새롭다. 장르간 전통 영역의 해체와 융합, 이종(異種) 장르 간의 배합이나 화해.
또 그를 위해 요동치는 자기 파괴와 실험 속에서 20세기 예술이 고집했던 패러다임의 변화가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퓨전 콘서트 2000- 충동! 충돌!’.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21일 오후 3시, 7시 두 차례 열리는 이 콘서트는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충동과 충돌을 컨셉으로 내세운 무대다. ‘2000, 새로운 예술의 해 추진위원회’(위원장 강석희)가 새로운 예술에 대한 고민 끝에 내놓은 퓨전의 현장이다.
각기 다른 분야의 예술가 40여명이 참가하는 ‘충동! 충돌!’이 추구하는 목적은 세 가지다.
현대음악과 대중음악의 어울림, 사물 판소리 국악 록 재즈의 섞임이 빚어내는 한국형 월드뮤직의 제시, 전자음악과 인터넷 영상음악의 실험. 총기획을 맡은 이기택씨‘(새로운 예술의 해’ 추진위원)는 “아직 개념 정리가 되지 않은 퓨전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보다, 충돌이든 화해든 퓨전이 추구하는 형식과 내용을 찾아보는 자리”고 말한다.
현대음악 진영에서는 강석희(전 서울대 교수) 김정길씨(〃)와 구본우 교수(성신여대)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록밴드 ‘문차일드’, 재즈밴드 ‘긱스’, 힙합그룹 ‘거리의 시인들’ 등을 위해 작곡하거나 공동 편곡했으며 김덕수가 이끄는 14인조 ‘난장밴드’는 한국의 새로운 소리를 시도한다.
구본우 교수는 이누이트(에스키모)의 전통 민속 음악을 기초로 ‘카투타(함께 가자)’를 작곡했다.
이 곡은 ‘문차일드’를 비롯해 재즈가수 정말로와 소프라노 박경신 등이 연주하거나 부른다.
김덕수의 14인조 ‘난장밴드’는 다양한 악기와 리듬이 어우러지는 ‘하늘에서 땅까지’(김덕수 작곡) 등 3곡을 선보인다.
강민석 외 3인의 사물, 원완철의 대금, 이성현의 베이스 기타, 박종호의 판소리 등이 한 울타리에서 충돌과 화해를 거듭하고 아프리카 토속 리듬 및 국악과도 교유한다.
윤이상의 제자로 국내 전자음악의 개척자인 강석희 교수는 ‘긱스’의 강호정(키보드)과 정재일(베이스), ‘김현철 밴드’의 강호수(키보드)를 위해 연주곡 ‘키보드 베이스 컴퓨터 어쿠스틱 사운드를 위한 세대’를 작곡했다.
강호정과 호수는 형제지간이고 강교수가 아버지로, 3부자가 퓨전 난장을 벌이는 셈.
이들의 ‘행위’가 잡종에 머물지, 아니면 새로운 순종의 가능성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공연 문의는 02-2274-3507. 1만5000, 2만,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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