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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포커스]홍콩 멜로물 '심동'도 가위질 개봉

입력 | 2000-05-15 19:47:00


국내 개봉 외화들이 잇따라 상혼(商魂)에 훼손당하고 있다. 얼마 전 상영횟수를 늘리고 낮은 연령대의 심의를 받기 위해 수입사가 영화에 가위질을 한 ‘리플리’ ‘역’에 이어 13일 개봉된 홍콩 멜로영화 ‘심동(心動)’도 가위질로 영화가 원본과 다르게 훼손돼 물의를 빚고 있다.

홍콩에서 멜로영화로는 ‘첨밀밀’에 이어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했던 ‘심동’은 고교시절 첫사랑이었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호군(진청우·金城武 분)과 소루(량융치·梁詠琪)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달픈 사랑을 그린 영화.

원래 영화에서는 여주인공 소루의 단짝인 첸리(모원웨이·莫文尉)가 소루를 사랑하는 동성애자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 개봉판에서는 고교 때 호군과 헤어진 소루에게 첸리가 동성애를 고백하는 장면,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첸리가 호군에게 “우리는 같은 여자를 사랑했다”고 말한 장면 등 첸리에 대한 묘사가 모두 삭제됐다. 원래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115분이지만 가위질 탓에 국내 개봉판에서는 100분으로 줄어들었다.

중국어권 영화를 많이 수입하는 효능영화사가 가위질로 영화의 내용을 원본과 다르게 바꾼 이유는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12세 이상 관람가’로 낮추기 위해서. 효능영화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진청우와 량융치의 10대 팬들이 많기 때문에 배우만 보고 샀는데, 나중에 10대 영화로는 맞지 않는 동성애 묘사가 있는 것을 알고 고심 끝에 홍콩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 해당부분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아이자(張艾嘉)감독도 삭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홍콩 제작사가 감독에게 알렸는지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영화의 내용을 보지도 않고 먼저 산 뒤 ‘12세 이상 관람가’를 받기 위해 임의적으로 영화 내용을 바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관객에 대한 횡포라고 말했다.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