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년간 부진의 늪을 헤매던 MBC 간판 오락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 오후6·50)가 기존 포맷과는 차별화된 ‘임무 완수형’ 코너로 재기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4월 봄개편부터 신설한 ‘국토대장정-청년이 간다’와 14일 신설한 ‘서경석의 특별24시- 날아라 밥상’이 그것. 지금까지 MBC 오락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임무 완수형 코너들이 연예인들을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등 가학성 포맷이 주종을 이룬 데 비해, ‘일요일…’의 최근 코너들은 인간미 넘치는 사연을 담고 있어 프로그램으로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국토대장정…’. 두 조연급 연예인이 제주도를 출발, 걸어서 국토를 종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로드 무비형 포맷이다. 카메라에 잡힌 이들의 여행은 다분히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 않지만 대체로 ‘의지의 한국인’ 류의 정서를 유지하고 있다. 14일 방송분에서는 전남 월출산 정상(809m)에 오른 두 명의 연예인이 카메라에 대고 각자 부모님에게 영상 편지를 띄우는 장면이 나왔다. 이들이 “꼭 종단에 성공해 앞으로 부모님을 잘 모시겠다”는 멘트를 던지는 순간, 제작진은 출연자 중의 한 사람인 개그맨 이혁재의 어머니를 미리 정상에 올려 보내 모자 간 ‘산상(山上) 상봉’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경석의 특별24시…’는 해외에 살고 있는 자식을 위해 한국에 있는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고 개그맨 서경석이 이를 24시간 내에 전달해주는 ‘007 작전’으로 진행된다. 14일 첫 방송에서는 미국 알래스카 배로우 시에 거주하며 13년 동안 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국중씨에게 그의 어머니가 마련한 홍어회 등 ‘특식’이 전달됐다.
하지만 이런 임무 완수 형 포맷은 유사한 오락 프로그램에 비해 ‘소요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데다 일정한 틀을 갖추지 못해 불안정하다는 위험 요소가 있다. 실제 ‘국토대장정…’의 출연진 중 한 명은 방송 초반 집안 사정으로 중도 하차했고, 긴급투입한 서경석도 매주 외국으로 ‘음식 출장’나가는 일정이 매우 빠듯하다는 것이 MBC측의 설명. 일정한 포맷을 갖춘 히트 코너 개발에 실패해 결국 사람에 의존하는 포맷을 택한 MBC의 ‘모험’이 어떻게 될 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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