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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兵務수사, 泰山을 울리더니

입력 | 2000-05-15 21:33:00


병무비리에 대한 검군(檢軍) 합동수사반의 수사 결과 이미 불구속 기소된 한나라당 김태호(金泰鎬)의원을 제외하고는 기소될 정치인이 더 이상 없는 모양이다. 수사대상 정치인이 27명(아들 총인원 31명)에 이른다며 총선 직전 떠들썩하게 정치인 소환조사를 강행했던 것에 비해 소득은 너무나 왜소하다. 그야말로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치인의 경우 소환에 한계가 있었으며 오래된 일이라 금품수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는 보도다. 그러나 지금까지 소환에 불응하거나 연기를 요청한 4명(아들 기준)만을 수사하지 못한 입장에서 ‘소환의 한계’ 운운하는 것은 구실에 불과하다. 게다가 오래된 일이어서 비리흔적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조사 대상자들의 정치생명이 걸린 사안에 대해, 그것도 총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때에 증거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수사에 나섰단 말인가.

병무비리 수사는 지난 1월 한 시민단체가 정치인을 포함한 각계인사 200여명의 혐의내용 자료를 청와대에 접수시킨데서 비롯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때맞춰 민주당 창당대회에서 병무비리 척결을 강조하고 이례적으로 검찰에 수사를 직접 지시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과 관련해 야당 등 일부에서는 자료입수 경위, 자료를 수사기관이 아닌 청와대에서 접수한 배경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의혹을 의식한 듯 검찰관계자들은 정치인 조사를 총선후로 미루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다가 총선을 한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다시 들고 나온 것이 ‘총선전 소환’이었다. 이미 알려진 내용을 재탕 발표하면서 조사 대상자의 대부분이 야당소속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검찰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인적사항과 혐의내용을 공개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당 차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여러 명의 야당 정치인들이 소환조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야당은 합동수사반의 수사강행으로 총선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으며, 여당인 민주당은 이를 선거운동에 십분 활용했다고 야당은 주장했다. 불구속기소된 김의원처럼 그래도 지역구에서 당선된 인사가 있는가 하면 검찰이 미확인 혐의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이 낙선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검찰의 ‘정치성 수사’를 비난하는 의원도 있다.

총선직전 정치인들에 대한 병역비리 수사는 결국 ‘총선용’이 아니었느냐는 야당의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