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내 증시는 미국과 역 동조화를 나타내며 속절없는 약세장을 연출했다. 미 증시의 악재요인이 어느정도 걷히자 국내의 악재요인이 시장을 뒤흔든 것이다. 코스닥의 경우 1/4분기 실적이 나오면서 그동안 주도주 역할을 하던 종목들이 대거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증시의 방향성은 여전히 미 증시가 오는16일 금리 인상이후 어떻게 움직일지에 달려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 현재 국내 증시에서 유일하게 주도세력으로 나설 외국인들의 관망세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 증시는 15일도 상승
금리 인상을 하루 앞둔 15일(현지시간,한국시간 15일 밤) 미국 증시는 다우지수등 3대 지표가 모두 올랐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전주말보다 198.41포인트(1.87%) 오른 10807.78로 마감돼 3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나스닥 지수는 78.59포인트(2.23%) 상승, 3607.65를 기록했고 S&P 500 지수도 31.40포인트(2.21%) 오른 1452.36포인트로 거래가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의 효과는 증시에 충분히 반영된 상태에서 FRB가 금리를 예상대로 0.5%포인트 인상할 경우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미 증시에서도 거래량은 적어 금리 인상후 본격적인 방향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강세를 보인 미 증시 동향은 16일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 증시에 국내 요인으로 다시 관심이 바뀐 증시
지난 주말 미국의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15일 국내 증시는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이 똑같이 11.63포인트씩 빠지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에서는 4월중 생산자 물가, 소매 매출등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타나면서 오는16일 FRB의 금리 인상폭이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강력히 대두돼 지난주말 뉴욕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미 증시의 조정장세때 강한 동조화를 보였던 국내 증시가 미 증시의 상승때는 동조화를 연출하지 못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 정부가 진행중인 금융구조조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는 전주말의 보도에 영향받아 약세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모 그룹의 자금 악화설등이 떠돌며 금융주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대형주들도 삼성전자등 반도체 관련주를 제외한 대부분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시장이 불안해지자 다시 부각되는 것이 국내 시장의 수급 불균형 문제. 대우증권 조재훈 과장은 "15일 거래소에서 외국인들은 902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삼성전자등 반도체 관련주에 집중됐고 투신권은 38억원을 샀지만 은행, 보험등이 내다 팔아 전체적으로 기관들의 순매도규모가 400억원을 넘었다"며 "금융 구조조정이 어느정도 진척돼 기관투자자들이 매수 여력을 찾아야 수급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며 수급 악화가 계속되는한 시장의 변동성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코스닥은 1/4분기 실적 발표로 차별화 장세 예상
지난주에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여왔던 코스닥 시장은 로커스, 새롬기술, 한글과 컴퓨터, 씨앤에스, 드림라인, 버추얼텍등 대형주들이 대거 하한가를 기록하며 코스닥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인터넷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낙폭이 컸다.
이날 코스닥 종목들의 하락은 코스닥 기업의 1/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실망 매물이 많이 나왔기 때문. 새롬기술이 적자를 기록하는등 코스닥의 유망주들이 가시적인 실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첨단주에 대한 거품 우려가 재발하고 있는 것이다.
또 증권,투신이 각각 200억원대의 순매도를 기록한 가운데 금감원의 조사설이 나돈 창업투자회사등 기타 법인들이 300억원이상을 내다 판 것도 코스닥의 약세를 부추겼다.
현대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는 "코스닥 대표주들의 실적이 좋지않아 상승 여력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라며 코스닥시장은 160포인트를 지지선으로 횡보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종목별로는 신규등록 종목과 엔터테인먼트 관련주, 반도체 관련주, 실적 호전주등이 소테마를 형성하면서 거래가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거래소에서 이탈한 개인들이 코스닥시장으로 몰리고 외국인도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어 테마주를 중심으로 개별 종목별로는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닥의 거래규모는 4조원이 넘어 1조7천억원대에 머문 거래소 시장보다 2배보다 많은 매매가 이루어졌고 하한가 종목이 122개를 기록했지만 상한가 종목도 94개나 나왔다.
◆외국인들은 반도체주 중심으로 매수
외국인들은 이날 거래소에서 902억원, 코스닥에서도 4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코스닥은 지난12일에 이어 이틀 연속 순매수지만 거래소에서는 개장기준으로 지난8일이후 4일만의 매수세 전환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1000억원가까운 순매수를 보였음에도 시장의 수급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매수종목이 삼성전자, 아남반도체등 반도체 관련주에 주로 몰렸기 때문이다.
대신투신운용 표종성 과장은 반도체 업종의 전망이 장기적으로 좋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으나 외국인들도 전반적으로는 오는16일 미 FRB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매수 종목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세 흐름의 분기점은 역시 16일의 미국 금리 인상
15일의 증시가 지난 주말이후 드러난 악재들을 반영한 면이 있지만 시장의 흐름은 16일 미국 FRB의 금리 인상폭과 이에 대한 미 증시의 반응에 달려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폭에 대해서는 0.25%포인트와 0.5%포인트 설이 양립하고 있으나 시장의 관심은 이미 이번 금리 인상후 추가 인상 여부로 옮아간 상태이다.
과거의 전례를 볼 때 미국 증시는 금리 인상전에 대부분 인상에 따른 악재 효과가 반영돼 막상 금리 인상 시점에서는 안정세를 찾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단기적으로는 증시가 안정될 것으로 보이나 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 정도로 적을 경우 오히려 오는6월의 추가 인상 우려등으로 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금리 인상 자체보다 이에 대한 미 증시의 반응이 국내 증시에도 파급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SK투신운용 오재찬 차장은 금리 인상후 미 증시에서 악재 요인이 해소되면 국내 증시도 반등세를 보일수 있으나 미 증시의 조정이 이어지면 3달째 조정양상을 보이는 국내 증시의 조정기간도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는 700대가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할 전망
코스닥 시장의 하락 저지선이 160포인트라면 거래소시장은 700선이 지지선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투신 관계자는 700선대에서는 대형 기술주를 매입하고 있다고 밝혔고 대신투신운용도 주가가 이수준으로 떨어지면 삼성전자, SK텔레콤, LG정보통신등 중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수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700대 초반에 대기 매수세가 몰려있는 가운데 바닥다지기가 한창 진행중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시점이다.
박승윤 par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