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시키신 분∼.”
몇해전 인기를 끌었던 모 이동통신회사의 광고카피. 국내 최남단 마라도까지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하다는게 기본 컨셉이었지만 이곳에 생전 가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마라도는 불모지’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었다.
“광고를 보고 뭍사람들이 마라도를 마치 무인도 취급하더라구요. 그래서 자장면도 먹을 수 있고 배달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섬안 9개 식당 가운데 유일하게 자장면을 팔고 있는 ‘최남단 마라도 식당’ 방공진 사장(53)의 말. 자리 다금바리 등 자연산 회를 팔고 있는 식당들 가운데서 지난해 1월부터 하루 50여 그릇씩 자장면을 판다. 마라도 전역으로 배달도 한다.
자장면을 만들기 전엔 방사장도 여느 횟집과 마찬가지로 마라도산 제주산 회를 팔았다. “그런데 5개이던 식당이 갑자기 9개로 늘어났어요. 차별화된 메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자장면 시키신 분’광고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섬요리에 해산물을 안넣을 수는 없는 노릇. 돼지고기간을 한 자장면 맛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에게 해산물 자장면을 낸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매일 새벽 제주산 해산물을 당일 배편으로 받아 신선도를 유지했고 특히 제주산 해초를 많이 넣어 자장 특유의 느끼한 맛을 없애는데 신경을 썼다.
해초 소라 문어 조개 활어회 등 해산물과 야채가 주재료인 탓에 뭍의 자장면과는 맛이 다소 다르다. 수학여행와서 먹어봤다는 심우섭씨(23·고려대·지리교육4)는 “회와 면을 자장에 묻혀 먹는 맛”이라며 천연잔디로 뒤덮은 식당 앞뜰에 테이블을 놓고 마라도 앞바다를 바라보며 풍경을 ‘즐기는 맛’도 뛰어나다고 했다. 재료비와 수송비가 뭍보다 더 드는 탓에 값은 다소 비싼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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