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14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인 12개의 삼진을 잡을 때 주무기로 사용한 것은 커브볼이다.
강속구 투수들이 즐겨 사용하는 위협적인 구종으로 정통파인 박찬호의 커브볼은 위에서 아래로 폭포처럼 떨어지는 위력을 뽐낸다.
이에 비해 1m76의 단신인 '잠수함 투수' 김병현은 밑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커브볼로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12일 경기에선 2m3의 최장신 투수 랜디 존슨의 배턴을 이어받아 물속에서 불쑥 튀어오르는 돌고래같은 커브볼로 LA다저스 타자들을 농락했다.
박찬호가 교과서에 나오는대로 빠르고 느린 두 종류의 커브를 섞어쓰는 반면 김병현은 스스로 개발한 커브볼로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로 야구에도 '퓨전(Fusion)'의 중요함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국내 투수들중 현대 신인 마일영은 중학시절부터 '너클 커브'를 개발해 프로에 와서까지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이처럼 단신 투수도 스스로 연구하고 개발하면 몸이 큰 정통파 투수 못지 않은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커브볼에 대한 이론은 스위스의 베르누이가 처음 개발했다. 그래서 '베르누이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공이 공기의 압력을 받을 때 일어나는 마찰에 의해 공기도 회전하며 한쪽이 공과 동일한 방향으로 회전하므로 빨리 움직이며 반대쪽은 흐름이 늦어진다. 흐름이 빠른쪽이 늦은쪽 보다 압력이 적기 때문에 큰쪽에서 작은 쪽으로 밀리면서 공이 진로를 벗어나 커브를 그리게 된다고 한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