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발언대]정용술/'2월 스승의날'로 부담 줄이자

입력 | 2000-05-16 19:11:00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15일)이 어쩐지 어색한 날이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날을 선생님도 달갑지 않게 여기고 학부모들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학생들 또한 이날을 처신하기 어려운 날로 생각하는 것 같다.

올해에도 서울 시내 초등학교 교장 모임에서는 이날을 한때 휴업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로 했으나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스승의 날을 제정한 취지야 어떻든 간에 지금은 이렇게 서로에게 불편한 날이 돼버린 것 같다.

전직 교원으로서 지난해 경험한 바로는 대다수 선생님들이 스승의 날을 휴업일로 하자며 여러 고충을 토로했다. 흔히 술 한병을 선물로 받았다 할 때 반환하려면 받는 것보다 훨씬 더한 오해와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던 기억이 새롭다.

학생들도 학교에서 마련해준 카네이션 한송이를 운동장 조회 때 선생님들의 가슴에 달아드리곤 교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담임과 조금은 어색한 순간을 보낸 후 수업은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단축 수업 상태에서 귀가한다. 이것이 고등학교에서의 스승의 날 풍속도이다. 사제지간에 돈독한 정이 오가는 장면은 그리 흔치 않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옛날 서당에서 책을 한권 다 떼었을 때 시루떡을 집에서 준비해와 선생님에게 감사하고 친구들과 함께 나눠먹던 책거리가 한결 정답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전통과 관련지어 오늘의 스승의 날도 한학년이 끝나는 2월쯤으로 옮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더욱이 5월은 기념해야 할 날도 많은데 2월만은 설날 외에 이렇다 할 날이 없어 부담도 적을 것 같다.

물론 계절적으로 춥고 움츠리게 하는 계절이기는 하지만 감사와 존경의 뜻이 스승의 날을 설정한 본래의 취지라면 이에 합당하다고 본다. 또 학년이 끝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잘 보이기 위한 섣부른 예의 표시로 물의를 일으킬 이유도 없게 됨으로써 모두에게 부담없는 스승의 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승의 날이 서로간에 흐뭇하고 정감 넘치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교단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이같은 제안을 해본다.

정용술(전 서울고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