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열리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당사자인 남북한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에도 중요한 회동이다. 15일 워싱턴 미 의회에서 코리아 소사이어티(회장 도널드 그레그 전주한대사)와 재미교포 싱크탱크인 국제전략화해연구소(소장 손인화 목사) 공동 주최로 열린 ‘워싱턴 북한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정상회담 성사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그레그 전대사는 “경력과 경험이 판이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서로 다른 기대를 갖고 회담에 임할 수 있다”며 “기대보다 많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두 지도자가 모두 기대치를 낮추는 게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정상이 한번 만나기는 쉬워도 구체적인 성과가 없으면 2차 회담을 갖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실무선에서 논의되지 않은 어려운 문제나 상대가 예상치 못한 안건을 불쑥 제기하는 것은 회담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카고 대학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의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대북정책에서 많은 변화를 추진해 왔다”고 평가하고 “김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냉전을 종식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미국은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윤영관(尹永寬)교수는 “남북정상은 경제협력과 이산가족 등 인도주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김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국의 1970년대 경제개발과 같은 관(官)주도의 개발을 추구하도록 격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한 것은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을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스티븐 스자보 교수는 “북한의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북한이 점진적인 개혁을 하기보다는 동독처럼 갑자기 붕괴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전제한 뒤 “서방세계는 한반도 상황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고, 한국은 통일을 준비하면서 현실적인 대북접근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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