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란국죽(梅蘭菊竹).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 깊은 산중에서도 은은한 향기를 멀리까지 퍼뜨리는 난초, 늦가을 첫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워내는 국화, 모든 식물이 잎을 떨군 겨울에도 푸른 잎을 계속 유지하는 대나무. 마치 군자의 삶과 같다. 그래서 이들을 사군자라 부른다.
사군자의 청청하고 고매한 정신을 보여주는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28일까지 계속되는 ‘사군자 특별전’. 개막일인 14일 일요일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져 성황을 이루고 있다.
간송미술관은 매년 봄가을 두차례만 특별전을 열어 ‘비장품’을 공개한다. 따라서 간송 특별전은 문화재 애호가에겐 놓칠 수 없는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엔 16세기 조선중기 화가 이정으로부터 어몽룡 심사정 김홍도 신위 김정희 안중식 이하응 민영익, 그리고 생존작가인 조옥봉(87)에 이르기까지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51명의 작품 100여점이 선보인다. 때문에 한국 사군자 그림 400년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사군자가 그림의 소재로 등장한 것은 고려때. 그러나 고려 조선초기 작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현전하는 것은 조선 중기 이후의 작품이 대부분. 이번 전시작품 역시 조선 중기 이후부터 조선 후대까지의 작품들이다.
명품중의 명품은 한국 최고의 묵죽(墨竹·대나무그림) 화가 이정이 그린 ‘풍죽도(風竹圖)’. 먹의 농담, 선의 강약 속에 피어난 이 대나무는 조선 선비정신의 한 상징처럼 다가온다. 바람에 흩날리는 대나무를 그려냄으로써 화면 전체에 생명감이 가득하다. 대나뭇잎이 휘날리는 그림은 한국 중국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어 더욱 각별하다.
묵란(墨蘭)을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김정희의 묵란에선 맑고 올곧은 추사의 정신세계를 만날 수 있다. 흥선대원군의 예리하고 동적인 난에선 드라마틱했던 그의 삶과 야망이 뚝뚝 묻어나고, 민영익의 부드럽고 원만한 묵란엔 다소 보수적인 그의 삶이 느껴진다. 간송미술관은 전시 기간 중 이정의 ‘풍죽도’, 정선의 ‘화조화(花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