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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서울대 졸업 30%가 무직…고시생이 3분의1

입력 | 2000-05-16 19:42:00


올해 서울대 졸업생 10명 가운데 3명은 일자리가 없는 ‘무직자’이며 무직자의 3분의 1은 고시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의 벤처열풍을 타고 서울대생 사이에서도 벤처기업에 취업하거나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졸업생이 크게 늘어 대기업과 금융기관 일변도였던 취업행태가 급속히 바뀌고 있다.

이는 15일 서울대가 발표한 ‘99학년도 졸업생 취업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이 분석결과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졸업생의 취업률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72.4%로 지난해의 74.6%보다도 2.2%포인트가 떨어졌다.

경기가 호전되는데도 취업률이 떨어진 것은 졸업생중 상당수가 입사능력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벤처기업 창업이나 진출을 위해 취업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결과 올해 졸업생(99년 8월 졸업생 포함) 4359명 가운데 사회에 진출해 직장을 가졌거나 대학원 진학, 군 입대를 포함한 취업자가 지난해의 3271명보다 3.6%(117명) 적은 3154명이었다.

취업 형태별로는 기업체와 금융기관 진출이 전체 취업자의 25.1%인 793명으로 수적으론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지난해 10명에 불과했던 벤처기업 진출자가 올해는 123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는 대학원 기업체 군입대 금융기관에 이어 5번째로 많이 진출한 분야다.

특히 미취업자로 취업준비중인 560여명의 상당수가 벤처기업 창업을 준비중이거나 벤처기업에 진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졸업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6∼7%수준을 유지했던 군입대자가 올해는 4.4%로 크게 줄었는데 이것도 벤처기업의 병역특례를 활용하기 위해 벤처로 진출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가 하면 과거 90명 안팎이 진출했던 예능분야에는 올해 19명밖에 취업하지 않아 대조적이었다.

지난 20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90년대 후반부터 40%대를 유지해 왔던 대학원(국내외 포함) 진학률이 올해에는 36.7%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 10년간 60∼80명 수준이던 외국 대학원으로의 유학도 올해 크게 줄어 39명에 머물렀다.

미취업자 실태를 보면 졸업생의 27.6%에 해당하는 1205명이 미취업자로 이중 33.2%(400명)는 고시를 준비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졸업생 전체로 볼 때도 10명당 1명꼴로 ‘서울대의 고시학원화’가 어느 정도인지를 통계적으로 보여준다.

단과대별로는 법대 졸업생 243명 가운데 절반 이상(123명)이 미취업자로 유학 등을 준비하는 5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시 준비생이었다.

법대는 특히 대학원 진학이나 군 입대를 제외한 순수 취업률이 전체 평균 31%에 크게 밑도는 0.9%(23명)밖에 되지 않았다.

또 사회대와 인문대 생활과학대 졸업생의 경우에도 미취업자의 절반 가량이 고시준비생으로 기업체 등의 취업 준비생이나 대학원 준비생보다 많았고 사범대 경영대 공대 농업생명대 등도 미취업자의 상당수가 고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석사학위를 받은 미취업자(20.3%)중 9% 이상이 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약대 음대 학부 졸업생은 물론 박사학위를 받는 872명 가운데 인문대 박사 1명이 유일하게 고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인문대는 특히 박사학위를 받고도 취업을 하지 못한 미취업률이 전체 평균 12.0%를 훨씬 웃도는 36.4%로 나타나 ‘인문학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줬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직원과 학생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하는 ‘관악고시학원’의 실상이 이번 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며 “통상 학부때 고시를 준비하다 졸업 때는 취직하는 이들이 많은 점으로 미뤄 고시준비생의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