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불임▲
3년전 30대 초반의 부부가 서울대 문신용교수(52)를 찾아왔다. 일찍 결혼해 낳은 초등학교 3학년 외아들을 잃고 온갖 방법으로 임신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공학박사 부부였다. 피임용 루프가 자궁에 달라붙은 것이다. 이들에게 문교수는 내린 진단은 ‘임신 불가능’.
“어떤 치료로도 임신이 안된다면 솔직히 그 사실을 말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정신적 경제적 고통에서 하루빨리 환자와 그 가족을 해방시키는 길입니다.”
결혼한 부부중 불임부부는 15%정도. 이중 70%는 의학의 힘을 빌어 잉태에 성공하지만 30%는 2세를 갖지 못한다. 의학적으로 임신이 불가능한 이들에게 이 사실을 정확히 말해주는 것도 일종의 ‘치료’. 그러나 환자와 충분한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는 얘기를 꺼내지 않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20세 전후 여성의 불임확률은 1% 정도지만 35세 이후는 30%, 40세 이후는 50% 이상으로 급증합니다.”
문교수는 결혼 연령의 고령화가 불임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난소는 30세부터 노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에 막내를 낳는게 좋다. 30세 이후 결혼했다면 피임을 피해야 한다. 문란한 성생활과 인공유산도 불임의 원인.
문교수는 “집안에 당뇨병 환자가 있는 여성은 불임 가능성이 높으므로 배란이 정확한지 검사받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지나친 다이어트는 월경불순, 과도한 운동은 무월경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불규칙한 식사와 운동부족도 불임에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특별한 예방책은 없지만 매일 비타민C 1000㎎을 복용하면 노화를 늦춰 가임기간을 늘릴 수 있다.
문교수는 1985년 현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장윤석교수와 함께 국내 첫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후 단순한 불임 해결에서 한걸음 더 나가 정신지체 진단법을 개발하는 등 ‘건강한 아기’의 탄생에 힘을 쏟았다.
실력있는 불임전문의를 길러내 한국의 불임치료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리는데 밑거름 역할을 한 것도 문교수의 업적. 시험관아기 시술법 등 어렵게 배운 선진기법을 동료 및 후배의사들에게 가르쳐 왔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인구의학연구소는 ‘여성불임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
그의 별명이 ‘LG(Little Giant·작은 거인)’‘문소평’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체구는 작지만 생각하는 통이 크다는 의미에서다.
문교수가 불임을 공부하기로 맘먹은 것은 “남이 안하는 것을 해야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 고교 시절 수학교사의 영향이 컸다.
두 번째 스승은 미국에 시험관 아기를 도입한 이스턴 버지니아의대 하워드 존스교수 부부.
‘동양 특급’으로 불릴 정도로 아무리 어려운 과제도 밤을 새서라도 다음날 제출했던 문교수에게 부부교수는 ‘Stop and Think(멈추고 생각하라)’를 가르쳤다. 빨리도 좋지만 자신이 뭘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 문교수는 지금도 하루를 마칠 때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일을 더 하고 싶은데 체력이 달릴 때 안타깝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몸관리도 의사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소식과 걷기가 그의 건강법. 가급적 지하철을 이용하고 퇴근후 서울 서초동 집근처 운동장을 한 두시간 걷는다.
20년전 컴퓨터와 인연맺은 문교수는 컴퓨터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연구실에 컴퓨터 3대를 켜놓고 틈날 때마다 인터넷에 접속, e메일을 챙기고 미국 불임학회 사이트 등에 들어가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서 행복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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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불임▲
서울대 비뇨기과 백재승교수(47)는 남성불임과 관련된 왜곡된 현실을 가장 안타까워 한다.
“남성불임 환자중 상당수는 수술로 자연임신이 가능한데도 비뇨기과에서 검사 한번 못받고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습니다. 비뇨기과를 먼저 찾아야 해요.”
4녀1남중 네째로 태어난 백교수. 주위 사람들은 우스개소리로 그가 ‘꽃밭’에서 자란 덕분에 미세수술에서 요구되는 고도의 섬세함을 터득했다고 말한다.
1991년 정관복원술이 실패한 환자에게 정관의 근육층과 점막층을 따로 따로 이어주는 미세수술을 첫 시도한 이후 매년 100여차례 시술해오고 있다. 공장(고환)에는 이상이 없는데 통로(부고환)가 막힌 폐쇄성 무정자증과 사정관이 막힌 사정관 폐쇄증 환자에게 새로운 미세수술법을 도입해 ‘희망’을 줬다.
3년전 남성불임의 20∼30%를 차지하는 정계정맥류 치료에도 미세수술법을 도입했다. 이를 인정받아 그는 이달말 일본 지바현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남성과학회에 연설자로 초청됐다.
최근 백교수의 관심사는 근본적인 불임치료. 원인불명으로 알려진 고환성 무정자증을 유발하는 중요 요인이 Y염색체의 이상임을 밝힌 논문이 지난해 미국의 저명한 불임학회지인 ‘생식과 불임’에 게재되기도 했다.
백교수는 “과도한 술과 담배는 정자의 수와 운동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그 역시 레지던트 1년차때 담배를 끊었고 술도 잘 안마신다.
또 대부분 유전적 결함에서 비롯되지만 성병으로 정관 등 정로(精路)가 막혀 불임이 될 수도 있다며 문란한 성생활을 경고했다. 장시간 운전이나 사우나 등도 정자의 활동력을 떨어뜨린다. 정자가 가장 잘 만들어지는 고환의 온도는 체온보다 1∼2도 낮을 때인데 온도가 높을수록 생산량이 줄기 때문.
건강을 위해 특별한 운동은 하지 않는다. 타고난 강인한 체력을 믿으므로. 다만 아침은 샐러드, 점심은 빵으로 간단히 소식한다. 스트레스는 고교시절부터 즐겨온 클래식 음악으로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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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뽑았나▲
서울대 산부인과 문신용, 비뇨기과 백재승교수가 여성불임과 남성불임 부문 베스트닥터로 각각 선정됐다. 백교수는 남성질환 부문 ‘공동 1위’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이는 전국 14개 대학병원과 4개 불임 전문병원의 산부인과 및 비뇨기과에서 불임치료 전문의 6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다. 불임의 원인이 남녀에게 반반씩 있지만 남성불임만을 보는 비뇨기과 전문의가 많지 않고 산부인과에서 함께 다루고 있다. 따라서 남성불임 베스트닥터는 5명만 소개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불임클리닉을 맡고 있는 김선행교수는 40대 이상 여성의 불임치료에 전념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성불임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1984년 국내 최초로 정자은행을 설립했으며 이듬해 냉동정자를 이용한 체외수정(IVF)으로 첫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켰다.
똑같은 점수를 받은 노성일 임진호 차광렬씨(가나다순)는 여성불임치료 개업의들. 시험관 아기 등 국내 불임치료 수준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이밖에 △김정훈(울산대 서울중앙) △송찬호(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최두석(성균관대 삼성서울) △이보연(경희대) △권혁찬(을지대 을지) △김석현(서울대) △서수형(한림대 강동성심) △김정구(서울대) △궁미경(성균관대 삼성제일)교수와 △이승재박사(미래와 희망·개업의)가 고른 추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