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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속 의학]전재석/확실한 '회춘 묘약' 없다

입력 | 2000-05-16 20:52:00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예이츠는 젊은 시절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발라드풍의 시를 써서 요즈음도 연인들 사이에 자주 인용되고 있다. 중년 남녀의 사랑을 소설과 영화로 그려 인기를 모았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도 예이츠의 시구가 등장한다.

“달은 은사과, 태양은 황금사과….”

소설의 주인공인 사진작가 킨케이드는 예이츠의 시 ‘방랑의 노래’ 한 구절을 읊으며 농부의 아내 프란체스카를 은근히 유혹한다. 프란체스카 역시 같은 시를 이용하여 ‘흰 나방이 날개짓 할 때’ 저녁 식사를 하러오라고 다리에 메모를 남긴다.

예이츠는 이렇듯 연인들 사이를 이어주는 감성적인 시어를 남겼지만 말년에는 육체가 허약해지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던 것 같다.

노년을 우울하게 보내던 그는 1934년 회춘을 위해 정관을 묶어 정액의 배출을 막는 ‘정관결찰 수술’을 받았다. 프로이트 역시 같은 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임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력 증진’을 위해 정관결찰을 했다는 것은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좀 색다르다. 예로부터 정액의 배출이 정력을 감퇴시킨다는 설이 있기도 있지만 이러한 치료법은 실제 정력이나 회춘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수술 후 예이츠는 매우 정력적인 활동을 보이며 치료가 성공적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것은 심리적인 자기암시에 기인한 듯 하다.

현재 회춘이니 정력 증진이니 하면서 팔리는 회춘제나 정력제의 시장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며 이를 찾는 연령층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약제가 오히려 몸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영화에서 ‘늦바람 난’ 남녀 주인공의 캐스팅에는 좀 문제가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정말로 안전하고 확실한 회춘제가 있다면 메릴 스트립에 비해 늙어 보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그 회춘제를 권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재석(을지병원 내분비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