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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운동기획/2]자유권으로서의 사이버권리

입력 | 2000-05-17 14:32:00


'알 권리'에 대한 근거는 세계인권선언 제 9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 9조는 "모든 사람은 의견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기의 의견을 가지는 자유 및 모든 수단에 의하여 또 국경에 구애됨이 없이 정보 및 사상을 구하고 받으며 또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에 정보를 구하고 전달할 권리와 함께 '정보를 받을 권리'도 포함된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정부나 매스미디어로부터 적절한 고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알 권리는, 방해받지 않고 정보를 수집하여 보고 듣고 읽을 자유 뿐 아니라 정보의 공개도 청구할 수 있는 적극적인 알 권리로 발전하게 된다.(허인정, 1997)

특히 정보 접근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점에 국민이 정부와 기업 정보에 법적·제도적으로 접근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청구권적 의미에서의 '정보 공개' 요구가 가장 일반적이며 직접적인 알 권리 주장이다. 이 경우 알 권리는 커뮤니케이션 일반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받는 자가 국민일반인 특수한 커뮤니케이션의 경우에 있어서만 성립한다. 한편 알 권리를 좀더 포괄적으로 해석하여 정보와 지식의 '사유'를 반대하고 '공유'를 주장하는 정보 공유론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정보 공개▼

'텔레 데모크라시'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공상에 가까운 많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적어도 정보 공개 과정을 통해서 정부 행정의 '투명화'를 어느 정도 강제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정보 공개를 위한 제도화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왔으며, 한국도 미국이나 일본의 선례를 따라 1996년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을 제정한 바 있다. 실제로 참여연대의 '선샤인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최근 사회 단체들이 활동의 내용으로 정보공개법을 이용하여 성과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단체와 거주 외국인의 청구권에 대하여 제한을 하고 있으며, 비공개 대상이 너무 폭이 넓고, 정보공개심사관리기관(위원회)이 중립적인 제3자가 아니라 정보공개 대상자인 정부 자신이 맡도록 되어 있는 점, 무엇보다 기업 정보가 제외된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보 공개는 국제적 경향이나 단체의 이해 관계에 따라 수위가 조절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권에 관한 문제이다. 무엇보다 정보 공개권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전자정보적 통제수단이 강화되면서 '갈수록 투명해지는 개인과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정부와 기업'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핵심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이다.

그러나 정보 공개의 제도화는 '전자 정부'의 형태로 운영되는 '작고 강한 정부'라는 신자유주의적 정부 형태와 이해에 따라 정착되어 왔기 때문에 원 취지와는 동떨어진 여러 가지 제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공공 정보가 민영화·상품화 경향이 강화되는 추세와는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민간에 의해 구축된 행정부의 정보들에 대해 전면 유료화를 추진하였다가 사회 단체들의 반발을 사고는 일부만 유료화하여 공개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하였다. 중국의 최고인민법원은 미국계 법률정보 회사인 `차이나 로 코프'와 독점 계약을 맺어 중국의 법률 및 재판기록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 등을 통해 15년간 독점 공급하기로 합의를 하였다. 우리 정부도 2000년 4월,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정보의 상용화 촉진을 위한 '공공정보의 민간이용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이 제도가 국민의 알 권리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보 공유▼

이러한 정보의 상품화 경향은 '정보 공유'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포함하여 이전에는 공공재였던 정보와 지식을 사유화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지적재산권'으로 대표되는 이런 정보의 상품화 경향은 현실 정보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애초 특허권을 비롯하여 지식을 권리화하는 제도는 15세기 이탈리아 베니스 지방에서 시작된 이후 16세기 유럽전역으로 확장되고 산업혁명기를 거쳐 '발명가의 시대'로 대표되는 20세기 초에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여기서 특허법은 발명을 보호하면서 기술의 공개를 유인하고 이를 통해 산업 발전을 촉진한다는 공익의 측면과 발명가 또는 발명기업이 발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익의 측면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특허 제도를 비롯한 지적재산권 제도 전반이 애초의 취지보다는 기업의 독점 이윤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미국의 주도로 전개되는 국제 협정들은 저개발국가들에게 기술 이전의 효과가 없는 폭력적인 지적재산권 관철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적재산권은 '경제전쟁의 최첨단무기'로서, 지적 재산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핵심적 요소로 변화한 사정을 반영하여 형성된 새로운 무역체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을 전세계적으로 강제하는 국제 협정의 목표는 지구적인 차원에서 통일화된 지적재산권 규범을 설정하는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 협정)은 지적재산권의 보호규범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데 이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신조약(저작권 조약, 실연음반조약)은 이를 강화하였다. 한편 자본주의의 구조조정이라는 맥락에서 보자면, 정보재의 생산에 기초한 신산업의 안정적 재생산을 확보하고자 하는 자본의 요구가 지적재산권을 통해 사회적으로 실현된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은 단순한 경제적 사안이 아니라, '정보시대의 법적 형태'이며 '정보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행해지는 장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작권을 비롯한 지적재산권 체계에 대하여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 기원은 산업혁명기 선진공업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여야만 했던 유럽 후발공업국들의 반특허운동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날 정보의 사유화 경향이 강화되면서 침식당하는 '읽을 권리'와 '알 권리'의 복권을 주장하는 정보 공유론이 대두되면서 논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는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반마이크로소프트운동, 오픈소스 운동, 카피레프트 운동을 들 수 있으며 한국에도 열린 한글 프로젝트 및 IPLeft가 오픈 소스와 정보 공유를 주장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체제가 정보화의 핵심이라면 이들은 정보화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 세력인 것이다.

장여경/진보네트워크 정책실장 della@www.jin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