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멕시코 정부는 미국 변호인단을 고용, 멕시코 불법 이민자 '사냥'을 소집한 애리조나州 농장의 인종차별주의자들을 고소할 방침이다. 이민자들의 합법, 불법 여부를 떠나 이와 같은 '인간 사냥'행위는 명백한 인권유린이며 국제법에도 저촉된다고 로사리오 그린 멕시코 외무부 장관은 지적했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애리조나주에 사는 反이민주의자들이 몇 주전부터 20명에서 80명으로 구성된 조를 짜 국경 감시에 나섰다. 이 무장집단은 개와 휴대 전화기, 야간 투시경까지 동원해 불법 이민자를 색출, 폭행을 가하고 있다.
한편 이들의 행동이 격해진 데에 대한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자치 경비에 나선 무장집단의 주장에 따르면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이 농장에 불을 질러 20헥타르에 이르는 목초를 태웠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치경비에 나선 것은 국경 순찰대가 막지 못하는 불법이민자들로부터 우리 가정, 땅, 재산을 우리 손으로 지키겠다는 것이다"라고 자치경비대를 주도하는 농부는 말한다. 그러나 불 탄 농장에서 일하던 목격자의 경찰 진술에 의하면 反이민주의자들의 테러행위에 분노한 멕시코 노동자들이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멕시코 정부는 모든 증거를 입수하는 데로 무장테러집단의 형사처벌을 미 당국에 신청할 예정이며 미국내 모든 멕시코인의 안전 및 인권을 보장하는 필요한 조치를 즉각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번 사건 외에도 실업과 빈곤의 해결책으로 미국을 찾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은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 5년간 10억 달러가 투자된 클린턴 행정부의 반이민정책 ‘국경수비작전’은 "아메리카의 꿈"을 쫓는 멕시코 불법이민자를 죽음의 길로 몰아냈다. 작년 한 해 104명의 멕시코인이 미 국경순찰대의 감시를 피해 국경을 넘으려다 캘리포니아 남부 산과 사막에서 사망했다.
'국경수비작전'은 1994년, 밀려오는 불법 이민자를 막아내지 못하는 미국정부의 무능력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反이민주의자들이 거세게 비난함으로써 시작됐다. 당시 재선을 노리던 클린턴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 불법이민자 퇴치작전을 계획했다.
캘리포니아 남부 국경지대에는 적외선 감지기가 달린 높은 담장이 들어섰고 야간 투시경 장비를 갖춘 국경순찰대원이 증원됐다. 국경순찰대의 목적은 불법 이주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목을 차단하는 것이다. 결국 불법 이민자들은 산악지대 혹은 50도가 넘는 사막지역으로 국경 넘기를 시도한다. 1994년 '국경수비작전' 실시 후 멕시코 불법이민자의 사망률이 600% 증가, 481명이 사망했다.
현재 이 문제는 아메리카 인권위원회와 유엔에 보고, 중재 신청중이다. 그러나 불법 이민의 근본적 책임은 멕시코 정부로 돌아간다. 반복되는 경제위기로 수천만 멕시코 국민을 빈곤으로 몰아넣은 멕시코 정부는 불법이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황태준 hwangbe@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