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권화폐 연쇄사기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수배중이던 장영자(張玲子·55)씨가 도피생활 23일 만인 17일 오전 경부고속도로상에서 차량 추격전 끝에 검찰에 검거됐다.
서울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임안식·林安植 부장검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구권화폐의 헐값 교환을 미끼로 은행지점장과 사채업자들로부터 194억원대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장씨를 상대로 사기극의 전모를 조사중이다.
검찰은 혐의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장씨에 대해 사기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검찰은 우선 장씨를 상대로 94년 이전 발행된 은빛 세로선이 없는 수천억원대의 1만원권 구권화폐의 실재(實在) 여부를 집중 추궁하는 한편 장씨의 집에서 압수한 거액의 외국채권의 입수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또 장씨가 지난해 11월부터 공범인 윤모씨(41·여·구속)와 사기극을 공모해 오다 올 3월 윤씨에게 21억원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30억원짜리 자기앞 수표를 받아내기 위해 청부 폭력배를 동원, 윤씨를 폭행한 혐의도 조사중이다.
검찰은 최근 경찰에 적발된 대규모 구권화폐 사기단의 주범인 김모씨(34) 유모씨(48) 등이 지난해 12월 장씨의 공범인 윤씨를 통해 장씨로부터 21억원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장씨와 이들 조직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한 검찰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대부분의 시중은행에 ‘구권화폐와 신권을 교환하자’는 제의가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장씨가 같은 수법을 동원, 추가로 사기행각을 벌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씨는 이날 오전 5시경 J은행 전 지점장인 서모씨(48)와 함께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검찰수사팀의 추적을 따돌리며 구리∼판교 고속도로를 통해 경부 고속도로로 도주하다 검문 중이던 경찰에 적발, 경기 화성군 동탄면 청계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서울기점 39km)인근 오산톨게이트에서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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