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물고기' 함정임 지음/민음사 펴냄/280쪽 7500원▼
함정임의 소설집 '당신의 물고기'는 자신의 업을 줄기차게 이어달라는 남편 김소진의 마지막 다짐을 힘겹게, 꿋꿋하게 지켜낸 또 하나의 작품이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 남편 김소진과 주고받은 마음들을 실명의 목소리로 담아낸 '동행'이나, 짧았지만 찬란했던 김소진과의 만남과 5년여의 결혼생활을 애끓게 거슬러 올라간 '행복'은 고통의 질식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려는 일종의 생존적 글쓰기였다.
이 책에 실린 중단편 7편은 그같은 숨막힘이 트이고 난 뒤 자기치유를 위해 담담히 써내려간 이른바 주술적 글쓰기인 셈이다. 소설속 인물들의 훼손된 마음(왜곡된 샤먼)들을 정화, 해소시키고 작가 자신도 구원을 받는다.
작가는 1964년 전북 김제에서 출생했으며 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광장으로 가는 길'이 당선, 문단에 데뷔했다.
작품집으로는 '밤은 말한다' '동행'등이, 장편으로는 '행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