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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녹색혁명 '단위생식'연구 한창…美, 20년째 실험중

입력 | 2000-05-19 20:48:00


식량생산에서 70년대 녹색혁명보다 더 큰 변화를 몰고올 연구가 미국 조지아주의 미농무부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연구과제는 기존의 씨앗을 통해 작물을 길러내지 않고 무성생식으로 작물의 우수한 품질을 다음 자손 작물에게 그대로 보존되도록 하는 종자 생산방식이다.

미국 뉴욕타임즈지는 최근 이 연구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무성생식을 이용한 곡물생산 연구 과정을 소개했다. 농무부의 웨인 한나박사가 20년째 몰두하고 있는 연구는 ‘단위생식(apomixis·아포믹시스)’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전공학 분야다.

단위생식이란 감귤 부추 검은딸기 등 일부 식물에서 볼 수 있는 무성생식을 이용한 종자 생산방식.

한나박사는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지만 단위생식으로 대를 이어가는 식량이 반드시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그러한 곡식류만 발견한다면 단위생식연구에 큰 진전이 이뤄진다”고 기대했다.

단위생식이 중요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위생식이 유성생식과정에서 일어나는 단점을 보완해 우수한 곡물 씨앗을 가장 확실하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생식은 여러대에 걸쳐 양친으로부터 받은 유전자들을 재조합해 환경에 최적으로 적응하는 후대를 생산하는 생식방법. 그러나 유성생식은 식물의 수분 및 수정과정에서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아 더 나쁜 후대가 나타날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다.

따라서 수분과 수정과정을 거치지 않고 종자를 생성할 수 있는 단위생식은 우수한 농업작물 생산에서 필수적인 종자의 균일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한나박사는“농업에서 단위생식을 이용하면 어떤 특정한 지역환경이나 시장성에 적합한 작물의 뛰어난 품종의 유전자형을 빠르게 고정시킬 수 있어 값싸고 쉽게 품종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위생식은 곡물생산 뿐만 아니라 과일나무나 산림목의 종자번식에도 이용될 수 있고 고추 배추 등 채소작물의 종자생산에도 응용될 수 있다.

한나박사는 “만약 농업에서 이러한 단위생식을 인위적으로 다룰 수 있다면 70년대에 식량생산량을 비약적으로 확대시킨 ‘녹색혁명’보다 더 큰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적은 강수량과 병충해 냉해 등에 잘 버티는 벼 종자를 값싸고 쉽게 생산하려는 목적으로 단위생식이 연구되고 있다.

ytce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