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상징’으로 통하는 영화배우 겸 슈퍼모델 레티시아 카스타(21)가 모처럼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가 봉변을 당했다.
칸영화제에 참석한 카스타는 17일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엘튼 존이 주관하는 에이즈 퇴치 자선쇼가 열린 마르티네즈호텔 발코니에 나왔다가 군중의 거센 힐난과 야유를 받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자선쇼에 참석한 스타들을 보려고 호텔 밖에서 기다리던 프랑스 젊은이들은 카스타가 스테파니 세이모어, 카렌 멀더 등 미국 속옷회사 빅토리아 시크리츠의 전속모델 5명 틈에 끼어 모습을 드러내자 ‘매국노’ ‘프랑스 만세’ 등을 외치며 야유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장회의에서 ‘올해의 마리안(프랑스의 상징 여성)’으로 선발된 카스타는 세금부담을 피하려고 프랑스가 아닌 영국 런던 코벤트 가든 근처에 호화 아파트를 사들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세금도피 이민으로 프랑스의 얼굴을 영국에 빼앗긴 격이 된 프랑스 국민은 당연히 흥분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카스타가 애국심이 없음을 비판하는 한편 이런 사례를 계기로 조세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이 매우 좋지 않게 되자 카스타는 “국제적으로 활동하다보니 런던에도 머물 필요가 있어서 아파트를 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특히 프랑스 젊은이들의 마음은 카스타에게서 멀리 떠나버린 것 같다.
카스타는 지난 해 10월 3만6000여곳의 프랑스 지방자치단체장이 참석한 전국회의에서 ‘2000년의 마리안느’ 흉상 모델로 선정됐다. 그의 얼굴은 곧 프랑스 우표와 동전 도안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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