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름연맹 엄삼탁 총재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모래판이 술렁거리고 있다.
씨름인들의 퇴진운동으로 지난해 2월 임기 중도에 물러난 오경의 전 총재 후임으로 선출된 엄삼탁 총재의 임기가 다음달 3일로 끝남에 따라 후임 총재 경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연맹은 총재 임기 만료를 10여일 앞두고도 이사회와 경선 날짜를 잡지못했고 일부 씨름인들 사이에서는 엄 총재 연임 반대 운동이 진행되고 있어 오 전총재의 퇴진 과정에서 발생했던 집안 싸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엄 총재 본인은 아직 재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다시 한번 총재직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현 총재 반대쪽과 지지쪽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임 반대쪽은 엄 총재가 씨름단 추가 창단과 씨름 전용 경기장 건설 등 씨름활성화를 하겠다는 공약은 지키지 않고 총재 선출을 맡고 있는 이사진을 자기와 가까운 인사로 채우는데 급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엄 총재 취임 이후 삼익 태백 동부 신창 지한 등이 창단됐지만 삼익과 태백은 몇 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해체됐으며 동부는 아예 창단 약속까지 어겨 취임전과 전체 팀 수를 비교해 볼때 실질적인 창단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엄 총재의 행보가 진정한 씨름 발전보다는 자신의 입지 강화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불만도 내재돼 있다.
21일 끝난 하동대회에서 젊은 씨름인들이 현 총재 연임 반대 입장 표명을 시도했다고 알려진 것도 이런 맥락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총재 연임 지지쪽은 엄 총재 취임 이후 여러 팀이 창단됐고 신생팀이 자체 사정으로 해체된 것까지 총재가 책임질 수 없으며 마땅한 적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연임 반대 운동은 오히려 씨름발전을 저해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씨름인들이 공정하고 깨끗한 총재 경선을 통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민속 전통 경기의 발전 가능성을 남겨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연맹은 "하동대회 때문에 다른 일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며 "빠른 시일내에 총재 경선 일정을 잡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