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오세아니아 제도를 여행하게 된 시드니올림픽 성화가 22일 괌에서 첫 걸음을 떼었다.
괌 성화봉송은 사랑을 이루지 못한 원주민 차모르족의 남녀가 머리를 함께 묶고 뛰어내렸다는 ‘사랑의 절벽’에서 시작됐으며 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등 100명의 주자에 의해 릴레이됐다.
투몬만 파세오공원 등을 거쳐 40㎞를 일주한 뒤 칼 구티에레스 괌 지사 관저에서 봉송이 끝난 성화는 다음 기착지인 팔라우로 이동했다.
10일 그리스 헤라신전에서 채화돼 열흘간 그리스를 순회한 성화는 17일간 괌을 포함해 팔라우 파푸아뉴기니 피지 뉴질랜드 등 태평양의 13개국에서 총 1만7000㎞를 여행한 뒤 다음달 8일 호주에 도착한다.
호주에선 1936년 성화봉송이 시작된 이후 가장 오랜 기간인 100일 동안 1000개 도시를 돌게 된다. 이번 시드니올림픽 성화의 총 여행거리는 6만1600㎞로 사상 최장.
이날 괌에서 첫 주자로 나선 릭 블라스 괌 NOC회장은 “오세아니아 지역 성화봉송은 단순한 이벤트 차원을 넘어서 태평양 전체에 역사적인 의미를 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96 애틀랜타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성화봉송에 나선 황영조는 3분간 투몬비치 해변을 약 500m 달렸다. 연도에 늘어선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여유를 보인 황영조는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로서 성화를 들고 뛰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며 “시드니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괌 성화봉송엔 교사, 학생 등 100명이 참가했으며 운동선수 출신으론 황영조와 함께 96 애틀랜타올림픽 5000m 금메달과 1만m 은메달을 따낸 중국의 ‘육상 여왕’ 왕준샤 등 5명이 뛰었다.
특이하게 카누를 이용한 봉송도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127일간, 6만1600㎞의 대장정이 끝나면 성화는 9월15일 시드니에 입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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