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오전 10시 반 영국 중부 버밍햄시 등을 관할하고 있는 웨스트미들랜드경찰서 2층 교육실. 현장 근무중이던 교통경찰관 10여명이 긴급 소집돼 정신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날 오전 한 주택가에서 차량 접촉사고가 있었는데 사고 처리와 관련해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민원내용은 통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다툼이 아니었다. 사고 차량에 노약자가 타고 있었는데 부상한 노약자를 병원으로 후송하는 일을 서두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민원을 접수한 경찰서는 즉각 해당 구역의 교통경찰관을 모두 불러들여 사고 처리에 있어 부상자의 병원 후송 등 부상자 처리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했다.
7년간 교통경찰관 교육을 담당해온 레이 하버경사(52)는 “사고 운전자가 도주하지 않는 한 교통사고 처리 경찰관의 가장 큰 임무는 부상자의 신속한 구조”라고 말했다.
웨스트미들랜드경찰서의 교통경찰관 450명 가운데 교통사고 처리를 전담하는 전문 경찰관은 83명. 이 중 절반 이상이 이 분야에서만 5∼6년간 근무한 베테랑들이다.
영국의 사고처리 전문 경찰관들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1년에 통산 6주 가량 교육을 받는다. 교육 내용에는 접촉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는 방법을 비롯해 유해화학물질이나 폭발물질 등을 싣고 있sms 경우의 안전처리, 부상자 구조 및 응급조치 방법 등이 포함돼 있다.
하버경사는 “심각한 차량 충돌 및 추돌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처리 전문 경찰관이 파견되기 때문에 사고 처리와 관련해 형평성 등을 문제삼는 민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상자가 있는 데도 병원 후송 등 적절한 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부상자의 안전처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경찰청 산하 5개 경찰서에는 180명의 교통경찰관을 두고 있지만 사고처리를 전담하는 경찰관은 따로 없다. 사고처리 업무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경찰청에는 일반 경찰업무 경력 2∼3년에다 사고처리 업무 경력이 평균 8년 정도 되는 사고처리 전담 경찰관이 14명 있다.
경찰청의 얀 크리스티안슨교통국장은 “사고처리를 전담하는 교통경찰관은 1년에 4주간 정기적으로 사고처리 방법 등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며 “오슬로대학 등에서 법률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교차로에서 노란색 신호일 때 진입한 차량이 사고를 냈을 경우 과거엔 대부분 가해자로 인정됐으나 최근들어 법정에서 가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종종 있는 등 사고 관련 법규 적용이 까다로워져 ‘법적 무장’이 더욱 필요해졌기 때문이란 것.
경찰청의 초빙으로 교통경찰관 교육을 맡고 있는 오슬로 교통경제연구소의 루네 엘빅박사는 “사고 처리와 관련해 민원이 제기되거나 제소당하지 않도록 철저히 교육시키고 있다”며 “교통경찰관 스스로도 교육을 받으려는 열의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자문위원단(가나다순)〓내남정(손해보험협회 이사)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유광희(경찰청 교통심의관)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지광식(건설교통부 수송심의관)
▽특별취재팀〓이진녕(지방자치부 차장·팀장) 송상근(사회부) 구자룡(국제부) 서정보(지방자치부) 이호갑(생활부) 전승훈(문화부) 이헌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이진녕(기획취재팀 차장·팀장) 송상근(사회부) 구자룡(국제부) 서정보(기획취재팀) 이호갑(생활부) 전승훈(문화부) 이헌진(사회부 기자)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해동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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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르웨이 경찰은 ‘민주 경찰의 표본’이란 말을 듣는다. 민원 제기가 많은 교통경찰도 예외가 아니다. 총리라도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가차 없이 적발된다. 이 때문에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매우 높다. 경찰관들의 자부심도 매우 강한 편이다.
오슬로경찰청의 얀 크리스티안슨 교통국장(50)은 이에 대해 “법 집행에 있어 형평성을 잃지 않는다면 어느 나라에서든 경찰이 존경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통경찰은 일 처리와 관련해 민원이 제기될 소지가 많을 텐데….
“총리를 포함해 정부 고위 각료라도 과속이나 신호위반 등으로 적발되면 예외 없이 법규위반 스티커를 발부받는다. 특권층에 대한 특혜가 인정하지 않는다. 법집행이 형평성을 잃지 않으면 어느 나라에서든 경찰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것이다. 일반 승용차가 순찰중인 경찰차를 거리낌 없이 추월하지만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한 개의치 않는다.”
-시민들의 법규 준수의식은 어떤가.
“차량 통행이 없는 심야에도 빨간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무단횡단하면 ‘도둑질’하는 것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시민들의 교통법규 준수의식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반 가량이 보행자라는 점이 말해주듯 보행자 보호에 대한 의식이 좀더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본다.”
-교통문제에서 가장 골칫거리는 무엇인가.
“과속하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자전거를 타는 젊은 사람들이 차를 무서워하지 않고 차로를 달리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늘고 있다. 또 도로 확장에 비해 차량이 많이 늘고 있어 수요 억제가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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