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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새영화]'동감'/20년을 뛰어넘는 사랑얘기

입력 | 2000-05-22 19:19:00


별로 큰 기대 없이 보게 되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들이 있다. 27일 개봉될 한국영화 '동감'도 그런 류다. 제목의 뉘앙스도 그저 그렇고, '빅 스타'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어서 눈길을 끌기 어렵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동감'은 상투적인 멜로 영화와는 다른 재미를 주는 환타지 멜로 영화다.

개기월식날, 우연히 얻은 고물 무선기를 통해 1979년의 77학번 여대생 소은(김하늘)은 2000년의 99학번인 남자 인(유지태)과 연결된다. 시간을 뛰어넘은 아마추어 무선통신을 통해 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각자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김정권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 시나리오 각색 작업에는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의 장진 감독이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간간이 엿보이는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 재기발랄한 대사가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군데 군데 다른 멜로영화의 구성을 빌려온 흔적도 발견되고 1970년대의 일상에 대한 묘사는 어설프지만, 이 영화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2000년의 인은 1979년의 소은이 앞으로 맞이하게 될 미래에 대해 훤히 알고 있다. 1970년대에는 좀처럼 죽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던 김일성도 죽는다는 식의 미래를 미리 아는 건 소은에게 재미있는 일이지만, 한편으로 잔인한 결과도 불러온다. 앞날을 미리 알고 실패가 예견된 꿈을 접는 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이 영화의 눈물어린 감수성은 남녀의 멜로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나온다.

20대 관객이 주 타깃이지만 영화속에 나오는 대만 여가수 진추아의 노래 '원 서머 나잇'과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은 1970년대말, 80년대초에 청춘을 보내고 2000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영화 마지막, 한 등장인물의 유치한 대사가 감흥을 완전히 깨버리는 것이 흠. 두 주연배우 유지태와 김하늘의 연기는 서툴러도 전체적으로 예쁜 영화 톤과 잘 어울린다. 12세이상 관람가.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