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50도가 되면 몬타나 주를 날려 버릴 수 있는 폭탄이 폭발한다". 는 이처럼 매우 낯익은 전제로 시작한다. "속도가 50 마일 이하로 떨어지면 버스가 폭발한다"는 의 긴장을 그대로 차용해 온 것이다. 안전한 선택이다. 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유지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긴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지 이미 6년 전에 보여 주었다. 자신이 왜 이런 일에 말려 들었는지 몰라 한탄하는 알로와 정의를 강변하는 메이슨이 다투는 모습도 의 커플과 비슷하다. 그러나 가 와 닮은 점은 그것 뿐이다. 곳곳에 도사린 장애물도 천재적인 범인과 벌이는 두뇌 게임도 없다. 는 '화씨 50도'로 환경을 제한하는 아이디어에 그 이상의 힘을 싣지 못한다.
리들리 스코트와 함께 을 촬영한 감독 휴 존슨은 첫 장면부터 스코트의 가르침을 충실히 실천하려 한다. '엘비스'가 섬 전체를 흔들어 놓으며 폭발할 때, 죽어가는 병사들의 모습은 장중한 스펙터클로 다가 온다. 때로 멀찌감치 물러 서면서 인간들의 다툼을 풍경 속에 묻어 두는 카메라와 터널에서 혼자 죽어 가는 브라이너의 모습도 익숙한 설정이다. 그러나 쿠바 구딩 주니어를 기용한 는 여기에 유머까지 섞어 놓으려 하는 무리한 욕심을 부린다. 분주하게 수다를 떠는 그가 의 윌 스미스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심지어 이 영화는 까지 모방한다. 롱은 메이슨에게 송어 낚시를 가르치며 삶의 지혜를 함께 전하려 한다. 메이슨은 궁지에 몰렸을 때 롱을 기억해 내지만 그가 롱의 지혜를 적용하는 방법은 너무나 실없다. 감옥에서 보낸 10년 동안 '진리'를 깨달았다는 브라이너도 비슷하게 복수를 꿈꾸던 의 로버트 드 니로에 비하면 애처로울 정도로 희미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가 낯익은 관습들을 조합한다는 것은 죄가 아니다. 브라이언 드 팔마는 히치콕을 존경처럼 인용하며 역시 수많은 영화들의 흔적을 밟아 간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요소들 사이에 어느 정도의 설득력이 존재하는 가이다. 기존의 액션 영화들을 성실하게 참고하는 는 접착제가 부족하다. '속도'라는 물리적 요소가 아닌, 화학적 요소 '온도'를 선택한 는 보다 를 모방했어야 할 것이다.
김현정(parady@film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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