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신부' 황지우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228쪽 6000원▼
광주에서는 해마다 '광주 주간'이라는 가슴아픈 기일이 있다.
올해는 그날이 있은지 20주년. 민관 합동으로 성대한 기념식을 한다고 야단이다.
이런 즈음 '광주의 아들'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운문의 천재' 황지우가 '화엄광주'라는 시로도 못다푼 '20년 가슴앓이'를 희곡이라는 장르로 원없이(?) 풀어내버린 큰 사건이 2000년 5월에 있었다.
역시 그답다. 황지우에게도 낯설 연극 '오월의 광주'가 예술의전당 무대에 지금 오르고 있다. 이 연극은 또 무엇인가?
'광주'의 승화인가? 그날을 기억못하거나, 외면하는 국민들에게 가하는 채찍인가? 그는 단지 이 작품을 '삼가 오월 영령께 머리숙이며 그날의 광주시민께 바친다'고 겸손히 말한다.
그러나 그뿐일 수는 결단코 없다. 만약 그날이후 김준태가, 황석영이가, 임동확이가, 고정희가, 임철우가, 문순태가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황량했을 것인가. '증거'하는 모든 문인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승화 그 자체'일 것이다.
문학은 서사 영역에서 그 기억과 반성의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 작품이 더해진다. '오월의 신부'는 '광주의 목소리'로 그렇게 갔지만, 가장 치열한 기억과 반성의 형식으로 아프게, 아프게, 그날을 증언한다.
그는 그렇게 '어느날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것이다.
40대 중반의 후줄그레한 남성이 온몸을 찌그려뜨리는 전철안에서책 한 권을 들고 읽으면서 소리없는 눈물을 흘린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런 그는 집에서 한밤에 그 책을 읽었다면 끝없는 통곡을 했을 것이다.
심약한 사람이라고 웃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한몫을 담당하는 그는 '아무 것도 못하고' 산다고 애꿎은 담배만 물어 피운다.
이윽고 도시의 '구멍'을 빠져 나오자 무언가 계속 같은 말을 소리지르는 실성한 사람을 만난다. 혹시 저사람이 '허인호'아닌가 묻고 싶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 '김현식'과 오월의 꽃같은 신부 '오민정'의 전설을 들어본 적 있는가? 그들에게 배우라.
최영록yr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