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인데다 북한이 이탈리아와의 수교를 시작으로 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로마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회담은 다른 때보다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베를린과 뉴욕에서 열렸던 북-미회담은 북한 고위급 특사의 미국 방문과 고위급 회담을 위한 준비회담 성격이 강했으나 로마회담은 북한 핵 동결을 위한 94년의 제네바 합의의 큰 틀을 다시 짜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듯한 분위기. 미 국무부의 필립 리커 대변인은 24일 “미국은 북한의 핵 미사일계획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를 처리하면서 양자관계 추진방법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미국의 변화된 입장을 확인.
한 외교 소식통은 여러 차례 고위급회담 문제를 논의했으나 성과가 나오지 않자 워싱턴 외교가에서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방안을 먼저 논의하기로 북-미 양측이 합의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전언.
○…북한 대표단은 24일 이번 회담이 다음주까지 계속될 것임을 시사.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寬)외무성 부상은 첫날 회담이 끝난 뒤 한국기자들에게 “비행기표를 오픈(open)해 두라”고 말해 회담이 다음주로 이어질 가능성을 암시. 그는 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얘기할 게 별로 없다”며 “잘 될 것인지는 지금 알 수 없다”고 언급.
북측 대표단의 다른 관계자도 “주말에는 서로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해 주말에는 본국 훈령을 받기 위해 휴회했다가 다음주초 회담이 재개될 것임을 시사.
○…이탈리아 외무부는 남북한 전문가들을 초청해 6월1일부터 한반도 평화 통일 세미나를 로마에서 개최할 계획.
북한은 당초 참가를 거부했으나 이탈리아측은 북-미회담이 이달 말까지 계속되면 북측 인사가 자연스럽게 참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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