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인물 판도가 급격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차기 대권과 당권을 염두에 둔 새 인물들이 속속 부상하면서 동교동계 위주의 기존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것. ‘한시적 관리 대표’의 위상을 넘어 정치와 당무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서영훈(徐英勳)대표를 비롯해 이인제(李仁濟)상임고문 노무현(盧武鉉)의원, 그리고 입당이 예고된 정몽준(鄭夢準)의원 등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그들의 고민과 향후 선택을 진단해 봤다.》
▼서영훈대표 "내가 직접 챙긴다"▼
25일 민주당 당직자회의는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통상 30분이면 끝나는 회의가 이처럼 길어진 것은 서영훈(徐英勳)대표의 지시가 많았기 때문. 그가 챙기는 부분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2월 전당대회에서 서대표가 대표로 지명됐을 때 당내에선 서대표체제의 ‘수명’을 9월 전당대회 때까지로 봤던 게 사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서대표는 갈수록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9일 16대 당선자 연수회에서 “도대체 당에 철학이 없다”고 당직자들을 엄중 질책하고 당발전특위(위원장 이협·李協의원)를 구성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서대표의 달라진 모습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신임을 반영하는 증거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서대표와 많은 대화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표의 위상 변화는 9월 전당대회 이후 여권내 역학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김대통령이 당헌을 개정해서라도 서대표를 지명직 최고위원 자격으로 대표에 다시 임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기 후계 경쟁을 억지하기 위해서”라는 논리 때문이다. ‘서대표 관리체제’의 연장 가능성은 그래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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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고문 "시간은 내편"▼
민주당 이인제(李仁濟)고문은 9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얘기만 나오면 “아직 멀었는데…”라며 입을 다문다.
정몽준(鄭夢準)의원의 입당설과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의 총리지명 등 여권내 차기대권 구도의 변화조짐에 대해서도 초연한 듯한 표정이다.
하지만 9월 전당대회는 그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7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에 도전하느냐 아니면 3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중 한 자리를 요구하느냐, 그것도 아니면 아예 백의종군하며 대권주자의 영역에 표연(飄然)히 머물러 있느냐, 이 세가지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선출직 최고위원에 도전해 1, 2위를 차지하는 것이지만 아직 당내 뿌리가 튼튼치 않은 그로서는 모험. 만일 당선되더라도 득표율이 상위권에 미치지 못할 경우 앞으로의 정치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그렇다고 지명직 최고위원을 요구하자니 차기 유력한 대권후보로서 스타일을 구길지 모른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당헌 당규도 선출직 최고위원들 중에서 당 대표를 선출토록 돼 있어 지명직 최고위원은 아무래도 무게가 덜 나가 보인다.
때문에 주변에선 ‘시간은 내 편’이라는 자세로 좀더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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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지도위원 "다시 뛰련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지도위원은 비록 지난 총선에서 지역감정의 벽에 막혀 낙선의 분루를 삼켰지만 ‘부산 경남(PK)의 800만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듯하다.
그가 9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나 입각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결국 PK를 디딤돌로 한 비상(飛翔)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노위원 본인도 “최고위원 경선이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된 것이라면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최근 밝혔다.
그러나 총선 낙선자로서 “대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그의 공언은 결국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자기 의지의 표명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
때문에 오히려 그의 무게 중심이 6월 남북정상회담후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 때 장관으로 입각하는 방안에 더 쏠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실제 노위원 자신도 “어느 자리에 있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입각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노위원이 입각에 미련을 보이는 데는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작용한 것 같다. 현재 부산 대구 전주 목포를 돌며 특강을 계속중인 노위원은 입각 여부와 관계없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자기 수련 기간’을 갖는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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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정몽준의원 "선택의 시간"▼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의 민주당 입당설이 소문을 넘어 점차 현실감을 띠어 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그의 민주당행이 여권내의 차기 구도에 미칠 미묘한 파장에 벌써부터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의원의 입당을 여권 핵심부 일각에서는 이미 기정 사실화하는 느낌이다. 정의원 영입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진 권노갑(權魯甲)상임고문은 25일 “며칠 뒤 정의원을 만날 생각”이라고 밝혀 조만간 정의원의 입당 여부가 판가름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여권 안팎에서는 정의원의 입당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은 입당 후 위상에 대한 ‘조건’문제가 완전히 조율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아무튼 정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한다면 이는 차기 대권구도로 직접 뛰어들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
따라서 정의원의 목표가 이미 ‘9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소한 지명직 최고위원은 받아야 한다’는 데 맞춰져 있다는 관측도 당내에서는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의원의 입당 문제는 다른 대권 주자와 견줄 입지 확보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며 여권 핵심부에서도 이런 상황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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