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이스라엘문화원과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주최로 유대인 랍비초청 국제 심포지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벤자민 이쉬―살롬 예루살렘 베이트 모라샤 신학교 총장과 베르논 쿠르츠 미국랍비연합회 회장 등 이스라엘과 미국의 고위급 랍비 2명이 초청됐다. 이중 벤자민 이쉬―살롬 총장은 히브리대학 유대철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미국 뉴욕의 유대교 신학교인 예쉬바대학에서 석좌교수를 지낸바 있는 ‘고위 랍비’다. 그를 만나 유대교와 랍비에 관해 궁금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을 물었다.
―랍비하면 검은 모자에 수염을 길게 기르고 검은 외투를 입고 있는 사람을 떠올린다. 당신은 그런 모습이 아니다.
“그건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소련이나 동유럽에 거주하던 일부 유대교인의 복장이다. 또 랍비만의 복장도 아니고 종교심이 깊은 사람이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이다. 일반적으로 랍비를 포함해 종교심있는 유대인의 기본적인 복장은 머리에 ‘키파’라는 동그란 모자를 쓰는 것이다. 인간위에 무엇이 있다는 것, 즉 신의 존재를 상징한다.”
―유대인에게는 음식에 관한 금기가 많다는데….
“이스라엘의 맥도널드나 버거킹 체인점에는 치즈버거가 없다. 유대교 식사법에 따르면 치즈에는 우유가 들어있고 유제품과 고기는 함께 먹을 수 없다. 출애굽기 23장 19절에서 ‘염소새끼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말라’고 했다. 유대인들은 이를 지키기 위해 두 벌의 그릇과 두 벌의 포크와 나이프를 갖고 있다. 한 벌은 우유제품만을 위해, 다른 한 벌은 고기 제품만을 위해 분리해 사용한다. 고기를 먹은 후 바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도 금기다. 뱃속에 들어가 섞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먹을 수 있고 어떤 것을 먹을 수 없나.
“어류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어야 먹을 수 있다. 상어 고래 미꾸라지 등은 지느러미는 있으나 비늘이 없으므로, 오징어 낙지 꼴뚜기 문어 등은 지느러미는 물론 비늘도 없으므로 먹을 수 없다. 게 가재 새우 굴 등도 마찬가지다. 육류의 경우 되새김 위가 있고 발굽이 갈라진 고기만 먹을 수 있다. 돼지는 굽은 갈라졌으나 새김질을 하지 않아, 말은 새김질을 하나 굽이 갈라지지 않아 먹을 수 없다.”
―탈무드는 막연히 ‘지혜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탈무드는 정확히 무엇인가.
“유대인은 구약성서를 토라 예언서 지혜문학서 등 세부분으로 나누는데 토라를 가장 중시한다. 탈무드는 궁극적으로 토라의 주석서다. 토라가 생긴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토라에서 언급하지 않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쉬나’라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법을 만들게 된다. 이 때 서로 다른 주장들이 갑론을박하는데 이 과정에 나오는 철학적 관념, 이야기, 전승 등을 함께 담아 보여준 것이 탈무드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제사는 아직도 지내는가. 제사장이란 신분도 남아있는가.
“AD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후 더 이상 제사는 드리지 않고 제사장도 없어졌다. 제사는 이후 기도로 대체됐다. 누가 제사장의 후손인지는 지금도 알수 있고 이들 후손은 회당내 예배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한다. 예배때 7명이 성경을 봉독하는데 제사장의 후손인 코헨가문과 제사장을 배출한 레비가문이 가장 먼저 성경을 읽는다. 예배전에 성결케하는 의미로 손을 씻을 때는 레비가문이 코헨가문의 손을 씻어준다.”
―랍비는 어떻게 되는가.
“랍비가 되려면 우선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4년과정의 종교학교(예쉬바)에 들어가야 한다. 입학생들은 이곳에서 1,2년을 공부하면서 스스로 랍비가 될 사람인지 아닌지를 결정,랍비과정을 밟는다. 졸업후 군대생활 3년을 마치고 대학급인 고등종교학교(고등예쉬바)에서 6년정도 더 공부해야 한다. 그때그때마다 치루는 시험을 통과해야 랍비로서 서품을 받을 수 있다.”
―랍비는 어떤 역할을 하며 무엇으로 생활하나.
“유대교 법령을 가르치는 선생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애매한 일이 터졌을 때 어떤 것이 맞는지 판단해주는 역할도 한다. 회당에서의 예배의식을 주관하고 할례 결혼 등도 주관한다. 정부조직이나 시에 소속된 랍비가 되면 정부나 시에서 월급을 받고 종교학교나 대학에서 강의하면 소속 기관에서 월급을 받는다.”
―랍비는 어떻게 조직돼 있는가.
“이스라엘 정부내에 종무를 담당하는 두명의 장관급 수석랍비가 있다. 한 사람은 유대국가가 생기기전 프랑스 독일에 자리잡았던 아쉬케나짐, 또 한사람은 이슬람교 지배하의 남부 스페인에 자리잡았던 세파르딤의 전통을 대변한다. 둘다 국가에 의해 임명되는 공직이다. 이와는 별도로 순수한 종교적 조직으로서 수석랍비협의회가 있다. 지역별로 랍비들중에서 수석랍비가 선출되고 이들 수석랍비들이 모여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다. 유대교 내부에도 극단적 정통파, 현대적 정통파, 보수파, 개혁파 등으로 분파가 많은 데 수석랍비협의회나 국가의 종교담당부서는 현대적 정통파가 장악하고 있다. ”
―서구의 반유대교적 감정은 왜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유대인이 예수를 죽였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데다 사회적으로 안 좋은 일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국가없이 떠돌이생활을 하는 유대인에게 돌려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스도교와 유대교가 화합할 수 있는가.
“교황이 60년대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는 이스라엘 국명도 언급하지도 않았다. 올 4월 두 번째 방문에서는 유대교를 인정하고 그리스도교의 유대인 박해에 대해 완곡한 형태로 사죄했다. 동등한 입장에서라면 가톨릭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와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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