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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그라운드에 피어난 '중동평화'

입력 | 2000-05-26 19:33:00


"우리는 오늘 밤의 이 경기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이것은 단순히 축구 경기라기 보다는 평화를 위해 모두가 하나되는 자리였습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은 경기가 끝나는 순간 상기된 표정으로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의 손을 잡고 이같이 외쳤다.

26일 이탈리아 로마 올리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단일팀 대 이탈리아 인기가수팀간의 축구 자선경기.

명목상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학생들을 위한 교육용 컴퓨터 구입자금 마련을 위한 자선경기였지만 실상은 축구를 통해 중동의 두 앙숙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하나 되는' 자리였다.

평화를 위한 올스타팀 이라는 팀명칭으로 사상 처음으로 하나가 된 팔레스타인-이스라엘축구단일팀에는 전 이스라엘축구대표팀 주장 슈피글러와 팔레스타인 국영농장 농부 등을 포함해 독일의 자동차 경주 F-1 세계 챔피언 미하엘 슈마허와 이탈리아 가수 라마조티가 합류했고 이탈리아의 축구스타 로베르토 바조와 왕년의 프랑스 축구스타 미셸 플라티니가 코치로 참가해 평화를 위한 한마당을 연출했다.

결과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단일팀의 6-5 승리.

그러나 골이 터질 때마다 아라파트 수반과 페레스 전 총리는 서로 얼싸안으며 좋아했고 경기장 주변까지 내려온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회장과 '축구황제' 펠레, 영화배구 숀 코네리 등 유명 참가인사들도 서로 끌어안고 춤을 추며 평화 를 외쳤다.

교황 바오로 2세와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축전을 보내 이날 경기에 의미를 더했다.

'축구를 통한 세계 평화'는 2000년들어 블래터 FIFA 회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하나로 남북 단일팀 구성과 2002년 월드컵의 남북한 분산개최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안의 하나.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