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뒷길’이란 서울 종로거리를 따라 건물 바로 뒤편으로 좁게 나 있는 골목길을 말한다. 조선시대 만들어진 뒤 광복 후 도시개발 과정에서 일부 사라지긴 했지만 상당 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이 길은 한양 천도 이후 종로거리가 처음 조성됐을 당시에는 없었던 길이라고 한다. 이 길이 생기게 된 일화가 있다.
▷종로는 과거 육주비전(옷감 종이 어물 등을 파는 시장)이 있던 전국적인 상업 중심지였다. 이런 저런 형태로 이곳을 생활기반 삼아 살아가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종로는 서울 시내 대표적인 큰길로서 고관들의 행차가 빈번한 곳이기도 했다. 이곳 서민들은 바쁘게 길을 지나가다가도 행차를 만나면 꼼짝없이 발이 묶여버렸다. 고관이 지나갈 때면 그 자리에 멈춰서는 것은 당시의 불문율이었다. 어떻게든 움직여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서민들에게는 여간 답답하고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느날 겁없는 한 소년이 고관의 행차를 가로막고 이러한 사정을 호소한다. 이를 경청한 그 고관은 서민들이 행차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뒷길을 만들 것을 지시해 생겨난 것이 ‘종로 뒷길’이다. 세월이 흐르고 환경도 달라졌지만 요인들의 행차와 관련된 불만은 요즘도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 며칠 전에도 분당에서 출근을 하던 시민들이 대통령부인 이희호여사의 ‘나들이’로 인해 심한 불편을 겪었다는 보도다.
▷우리나라는 교통 체증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가다. 경찰이 요인들에 대한 경호와 빠른 이동을 위해 잠깐만 교통통제를 해도 이내 주변이 교통대란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나라를 위해 중책을 맡고 있는 요인들이 나들이를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대안을 찾으려고만 한다면 ‘종로 뒷길’과 같은 묘안은 있을 법하다. 요인들이 외출을 할 때 항공편 이용을 늘리고 승용차 이동을 최소화한다든지, 러시아워를 피한다든지 하는 등의 방법이 그것이다. 이것은 시민이 불평을 말하기 전에 정부가 능동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일로 조선시대처럼 신문고를 두드린다든지, 행차를 가로막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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