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현대상선 등의 일시적인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채권은행과 함께 약 4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외환은행을 제외한 채권은행은 각각 300억원씩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정부와 외환은행은 현대그룹 전체의 자금사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실질적인 퇴진 등 시장이 신뢰할 만한 강도 높은 자구책을 현대측에 요구했다.
외환은행은 자금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외환은행 외에 다른 채권은행도 두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라고 26일 밝혔다.
김경림(金璟林)외환은행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대건설과 상선의 유동성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현대의 다른 계열사 및 그룹 전체의 자금 유동성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현대건설과 상선에 대해서는 다른 채권은행도 300억원씩 지원을 해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6월초순까지 3000억원 정도의 기업어음(CP) 만기가 돌아온다”고 밝혀 은행권 지원규모는 최소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도 “현대건설에 7∼8월께 상당한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우선 은행권이 2000억원을 신규지원하고 2000억원은 만기연장용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은 이에 앞서 현대상선에 대한 당좌대월한도를 17일 500억원을 늘렸으며 현대건설에 대한 당좌대월도 23일 500억원 증액했다. 한편 김행장은 이날 은행을 방문한 현대그룹 정몽헌(鄭夢憲)회장을 만나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구조조정계획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김행장이 이 자리에서 현대측에 대북지원사업의 자금명세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도 “현대가 발표한 내용만으로는 미흡하며 이번 기회에 외환은행이 현대의 기업지배구조를 철저히 뜯어고칠 것”이라며 “자산매각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 차제에 정명예회장이 그룹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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