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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동독 슈타시 총수 밀케 사망…독재정권 지탱 핵심인물

입력 | 2000-05-26 19:58:00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동독 비밀경찰 슈타시의 총수 에리히 밀케(92)가 21일 베를린의 한 요양소에서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밀케는 1957년부터 32년간 슈타시 국장을 지내며 공산체제에 반대하거나 적응하지 못한 수십만명을 수용소에 보내는 등 동독 독재정권을 지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베를린장벽을 넘으려는 주민을 사살한 혐의를 받았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고 93년 결국 경찰관 2명을 살해한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았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1907년 베를린에서 바퀴제조공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25년 공산당에 입당해 당 기관지 ‘붉은 기’의 기자로 활약했다. 그는 그 후 초대 공산당 서기장이 된 발터 울브리히트에 의해 발탁돼 1957년 슈타시 국장에 올랐다.

밀케는 재임 중 ‘의심이 가는 사람’의 냄새를 유리병에 보관한 뒤 감식견에게 냄새를 맡게 하는 수법으로 반체제인사를 검거하는 등 공개적인 테러와 납치로 동독을 공포정치로 몰아넣었다. 1989년 슈타지가 해체된 뒤 9만1000명의 슈타지 정식요원과 17만3000명의 비밀 감시요원들이 동독 주민을 감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1988년 한해 동안 슈타지는 4543건의 시국사건을 조작해 이중 1000여명을 구속했으며 주요인사 1만9169명을 24시간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stern1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