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자 지도의 초안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요즘 국내외 학계에서는 ‘개 게놈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개 게놈 프로젝트’는 사람의 유전자 연구에 비해 여러 가지 이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포스트게놈 시대에도 유전자 연구의 한 주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는 우선 다른 동물에 비해 사람과 가깝기 때문에 각종 행동 양태와 유전병에 대해 잘 알려져 있어 연구대상으로 적합하다는 것.
또 태어난지 1년만에 새끼를 낳을 수 있을 정도로 세대주기가 짧아 사람에 비해 유전자의 이상이나 변형으로 인해 나타나는 각종 질병이나 행동 특성을 연구하기가 좋다.
더욱이 새끼를 많이 낳기 때문에 형제자매에서 볼 수 있는 유전적 특성을 밝혀내는데도 유리하다.
국제 전문학술잡지인 유전학 5월호는 ‘개 게놈 프로젝트’가 ‘사람과 개의 유대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며 이 분야 연구 현황을 커버 스토리로 보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분교에서는 유전자에 따른 개의 행동과 모습 모양의 차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며 펜실베니아대학에서는 유전병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
국내에서는 경북대 유전공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 행동유전연구단이 개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개 게놈 프로젝트는 사람의 유전자 지도가 거의 완성된 단계에 이른 것에 비하면 아직 초기 단계. 그러나 이 방면의 연구자들은 유전자 지도를 작성한 뒤의 각종 행동과 유전병의 연구에는 개 게놈 프로젝트가 사람의 것에 비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대 하지홍교수는 현재 개의 유전병으로 370여가지가 알려져 있고 매년 5∼10가지의 새로운 유전병이 추가로 보고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중 60%가 사람의 유전병과 거의 같아 사람 유전병 연구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는 생물학적으로 같은 종이지만 인위적인 개량으로 인해 약400종류의 품종이 있다. 품종간이 몸무게가 50배나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고 모습과 모양에 있어서도 품종간의 차이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차이를 나타내는 유전자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앞으로 사람의 유전자 연구에 매우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하지홍교수팀은 지난15년간 삽살개 500여마리를 기르면서 삽살개의 형태와 정서적인 특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체계적인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를 구축하고 있다. 하교수는 “인간게놈프로젝트에서는 우리가 많이 뒤지고 있지만 개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지도 작성 및 행동이나 질병 관련 유전자 연구는 우리가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는 특수분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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