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착륙의 조짐이 보인다”
과열로 치닫던 미국경제가 안정기미를 보이면서 경기 연착륙(soft landing)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110개월이라는 건국 이후 최장기 경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경제의 성장속도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는 시그널이 여러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경기팽창의 원동력인 기업 투자 및 개인의 소비가 지난 4월중 큰 폭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4월의 내구소비재 공장주문이 3월에 비해 6.4% 하락한 2,055억8,000만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91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이다. 특히 전자제품 및 전기장비에 대한 4월 중 주문은 무려 20.1%나 감소했다. 또한 자동차 등 운송 장비 관련 주문도 같은 기간 6.7%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의 소비붐이 고개를 숙이는 것도 내구소비재 감소와 함께 연착륙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월 중 0.6%였던 소비자지출 증가율은 4월에는 0.4%로 나타나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 3월과 4월의 개인소득 증가율은 각각 0.6%와 0.7%씩 오른 것으로 밝혀져 일반 소비자들이 돈을 더 벌고 있음에도 씀씀이는 줄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이 소득증가 대비 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4월의 개인저축 증가율은 전달의 0.4%에서 0.7%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딴 금리인상 효과가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경기지표들은 미국경제의 암초인 물가불안심리를 상당 부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지표가 FRB의 금리인상 조치의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단언한다. 다음달에 열릴 공개시장위원회(FOMC) 역시 금리인상이 대세인 가운데 인상폭이 문제가 될 뿐이라는 진단이다.
우선 지난 1.4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4%는 미국경기가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음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경제성장률은 FRB가 판단하고 있는 2-3%의 적정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FRB에 금리인상의 명분을 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인플레 조짐의 바로미터인 노동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실업률이 30년만의 최저치인 3.9%까지 떨어져 언제든지 임금인상을 통한 인플레가 촉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FRB는 최근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구직자수 감소 현상이 결국은 임금인상을 촉발, 심각한 물가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방형국bigjo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