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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살해한 남편몫 보험금 자녀상속 안돼"

입력 | 2000-05-28 20:01:00


부인이 남편과 자녀들을 보험수익자로 해서 보험에 가입했는데 남편이 부인을 숨지게 해 보험금을 탈 자격을 상실했을 경우 남편이 받을 보험금까지 자녀들이 대신 탈 수 있을까.

법원은 1심재판에서는 남편 몫까지도 자녀들이 탈 수 있다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에서는 그 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6부(재판장 고현철·高鉉哲부장판사)는 28일 말다툼 끝에 아내 최모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이모씨의 자녀 2명이 “아버지에게 지급될 보험금까지 우리가 받아야 한다”며 태평양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엎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씨는 98년 3월 “일 때문에 집안일을 소홀히 한다”며 부인 최씨와 말다툼을 하다 우발적으로 최씨를 찔러 숨지게 했다. 보험회사는 이씨가 부인 최씨가 가입해놓은 보험금을 탈 자격을 상실했다며 이씨가 받을 보험금(43%)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금 1억2000만원만 자녀 2명에게 지급했다.

자녀들은 “사고를 일으킨 아버지는 그 순간 어머니의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 다시 말해 보험금을 탈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머니가 남긴 재산, 즉 보험금 전부가 우리에게 귀속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험수익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 때문에 사고가 생겼을 경우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는 만큼 보험회사는 이씨 몫의 보험금을 뺀 나머지만 자녀들에게 주면 된다”고 판결했다.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