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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스타열전]아프리카의 '흑진주' 카누

입력 | 2000-05-29 14:35:00


90분넘는 오랜 시간동안 경기를 뛰는 축구선수에게 있어 튼튼한 심장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심장질환으로 수술까지 받은 선수가 현재 아프리카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러번의 수술과 부상에도 개의치 않고 훌륭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흙진주’ 카누(23·아스날).

▼93년 세계청소년대회 우승 주역 ▼

카누는 나이지리아 오웰리에서 태어났다. 흑인 특유의 유연성과 속도를 바탕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그의 나이 15살(91년)때 나이지리아 1부리그의 페드 웍스(Fed Works)에 입단한다. 그리고 1년 후에 고향으로 돌아와 이우완야누 오웨리(Iwuanyanu Owerri)에서 뛰면서 팀이 92∼93 시즌에 나이지리아 리그 우승을 하는데 일조한다. 그는 나이지리아 청소년 대표팀의 일원으로 지난 93년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이끌어낸다. 일본에서 열린 이 대회를 통해 카누는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전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그를 먼저 알아보고 손짓한 팀은 네덜란드의 아약스. 17세의 나이로 아약스에서 뛰게 된 그는 주전은 아니지만 출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선을 다했다. 그의 활약덕분인지 94년 아약스는 리그 타이틀을 차지했다. 카누는 6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했고, 이듬해 열린 챔피언스리그 경기에도 출전하는 기회를 얻는다. 비록 득점은 못했지만 그는 탁월한 재능을 뽑내며 크게 될 선수임을 예고한다. 그해 아약스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안았다.

그리고 지난 96년 그는 나이지리아 대표로 애틀랜타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흑색 돌풍’을 일으키며 나이지리아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등 축구강호들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을 얻게 된다. 올림픽 우승의 여세를 몰아 96년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에도 뽑힌 그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4차례 심장수술 불구 “그라운드 누비다”▼

곧 이탈리아의 인터밀란으로 이적하지만 열심히 데뷔경기를 준비하고 있던 중 뜻밖의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리그 개막직전 가진 건강검진에서 선천적 심장이상이라는 판정을 받은 것. 수술이 불가피했으며, 앞만 보며 뛰어오던 그의 세계는 엉망이 돼버렸다. 사람들은 그의 회복여부를 의심했다. 그렇게 그의 축구인생은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날듯 보였지만 축구를 그만 두기에는 너무나 젊었다. 96년말 4차례의 수술을 받은 후 그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만 언론에서는 여전히 ‘재기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자신과의 기나긴 싸움이었다. 그러던 98년 2월 뒤늦은 세리에A 데뷔경기를 치르며 재기한 그는 11경기에 출전, 1골을 기록하며 그동안 선수생활을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의심을 확실히 끝내 버렸다.

빠른 회복을 보이며 98프랑스월드컵에도 출전할 기회를 얻은 그는 3경기에 출전해 여러번 인상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아쉽게도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나이지리아 부동의 선수였고 사람들은 그의 화려한 재기에 박수를 쳐줬다. 월드컵이 끝난이후 지난해초 잉글랜드 아스날로 이적한 그는 단순히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엄청난 기술과 판단력을 가진 선수임을 보여준다. 99년도에는 주로 교체선수로 뛰면서 부상으로 못뛰는 베르캄프를 대신했고 곧 팀의 주공격수로 자리잡는다. 아스날의 대우도 파격적이었다. 그리고 99-00 시즌에는 그의 자리를 확실히 굳히며 팀이 리그 2위를 차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유연성+파워 갖추고 볼다루는 능력 탁월 ▼

그는 아직 24살이다. 젊은 나이에 비해 그는 실로 엄청난 명성을 쌓았고, 전세계에 그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아프리카 특유의 유연성에 유럽의 파워까지 갖춘 그는 볼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고 그만큼 골도 잘 만들어낸다. 그는 그에게 닥친 엄청난 시련들을 이겨냈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최고의 흑인 스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유명해진 카누. 그는 힘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고, 그렇게 얻은 자신감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최고를 향해 뛰고 있다.

김지현/동아닷컴 인터넷기자 britgirl@my.donga.com

◇은완커 카누(Nwankwo Kanu) 약력

▽포지션: 포워드

▽생년월일: 1976년 8월 1일, 나이지리아 오웨리 태생

▽키/몸무게: 197cm/80kg

▽A매치: 나이지리아 대표팀에서 11경기 2골 기록

▽소속팀: 아스날(잉글랜드)

▽1993년 아약스에 입단

▽1995년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 (아약스)

▽1996년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우승(나이지라아)

▽1996년 7월 아약스에서 인터밀란으로 이적

▽1999년 1월 인터밀란에서 아스날로 이적

▽1999년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