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죽는다."
유명인사가 속속 '추락'하는 '사이버 공간'의 엄청난 파괴력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실시간으로 정보가 흐른다는 특징과 누구나 접속할 수 있다는 개방성, 그리고 신분을 감출 수 있다는 익명성 때문에 인터넷이나 PC통신을 이용하는 네티즌은 무서운 폭발력으로 여론을 휘몰고 있다.
특히 사이버공간의 특성상 공격 대상이 인물일 경우 당사자가 해명할 시간도, 제3자가 검증하고 통제할 시간도 없기 때문에 네티즌에게 '찍힐' 경우 사회적으로 매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에 대한 제보방식이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급성장하는 사이버 공간은 신문 TV 잡지 등 기존 정보전달 매체보다 훨씬 자유롭고 개방적이어서 일부 과격하고 부정확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의 힘을 보여주는 무대로 자리잡고 있다.
▼누구나 접속가능 엄청난 파괴력▼
최근 물의를 빚은 '386'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광주 술판 사건'이 대표적.
5·18 전야제에 참석했던 386 당선자들의 일탈(逸脫)행위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임수경(林秀卿)씨가 386세대 모임인 '한국의 미래, 제3의 힘'의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띄우면서 처음 알려졌다.
사이트 운영자측은 386 당선자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 2시간만에 이 글을 삭제했지만 게시판에 접속했던 이용자들이 원고를 복사한 뒤 동아일보 인터넷 신문인 '동아닷컴'과 '오 마이 뉴스' 등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이선한국산업연구원장의 여직원 성희롱 공방도 사이버 공간을 통해 문제가 불거졌다. 연구원 노조가 "이 문제를 6월 3일까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이 원장의 각서내용을 E메일을 통해 전 노조원에게 알렸는데 이 내용이 동아닷컴 등에 전해지면서 여론의 관심을 끌게 됐다.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한 미니밴 트라제에 대한 문제점을 고발하고 현대측의 각성을 촉구하는 안티현대 사이트(www.antihyundai.pe.kr)는 한때 접속자가 6만명에 이른 인기 사이트.
▼소비자불만 무시 대기업 혼쭐▼
LPG를 장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수개월을 기다려 이 차를 구입했던 운영자 윤희성씨는 차가 계속 고장이 나서 회사측에 대책을 호소했지만 성의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자 이 사이트를 개설했다.
네티즌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무성의로 일관하던 현대측은 구입자들에게 일일이 사과 편지를 발송하고 리콜을 실시한 것은 물론 정부도 현대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윤씨는 이 일로 행동하는 네티즌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때문에 정부 부처와 정치인들은 요즘 들어 기존의 매체보다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방부의 경우 4월부터 홍보과에 '인터넷팀'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주한미군철수 및 한반도 군축 등 국내외 진보단체의 주장을 국방부 홈페이지를 통해 반박하고 있다.
'트라제 사건'을 지켜본 삼성 등 다른 대기업들도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안티' 관련 도메인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헛소문-헐뜯기 검증불능 부작용도▼
물론 사이버 공간의 이런 특성 때문에 근거없는 소문이나 특정인에 대한 헐뜯기가 여과없이 흘러다니는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이에 대해 황성기(黃性基·법학박사)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은 27일 열린 한국헌법학회 발표회를 통해 "사이버공간은 진정한 사상의 자유시장과 공론의 장(場)으로서의 성격을 지니므로 부작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이버 공간에 대한 규제는 정보화 사회로의 발전을 위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