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중에는 유독 ‘끼’가 충만한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서울대치대 출신 의사 가운데 연예활동을 하거나 콘서트, 미술전으로 ‘외도’하는 인물도 많다. 우연일까. 아니면 치의학과 예술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트'가 필요하다▼
서울 서초구에서 치과를 열고 있는 백철호씨(43). 교정학 전문으로 매년 많은 논문을 발표하기로 이름난 의사이면서도 순수예술로서의 컴퓨터 아트를 즐기는 미술인 중 한명이다.
“예술적 심미안을 고취시켜준다는 점에서 치의학과 미술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룬다고 할 수 있죠.”
종종 미대생들 상대로 컴퓨터 그래픽에 관한 특강을 하는 그는 10월 동료 치과의사들과 함께 유화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환자들에게는 자신의 이와 잇몸이 잘 안보인다는데 착안, 잇속을 들여다 보듯이 묘사하는 컴퓨터 3차원 동영상 프로그램 제작을 하고 있다.
본지에 ‘테마가 있는 맛집’을 연재하고 있는 치과의사 김재찬씨(46)는 ‘축제’‘노는 계집 창’‘춘향뎐’등 8편의영화, 20여편의 연극에 출연한 배우. 치과의사도 서비스업이라고 믿는 그는 연예활동으로 다져진 자신의 서비스정신이 환자들을 좀더 편안하게 이끈다고 믿고 있다.
“겁에 질린 환자들에게 노래를 불러줘 긴장을 풀어준다거나, 깍듯한 서비스로 편안하게 진료받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의료행위도 결국은 감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믿거든요. 예술도 감동이 중요하니까 궁극적으로 의료와 예술은 맞닿는 점이 있지요.”
▼'끼'의 발현▼
서울치과병원의 민병진씨(45)는 최근 재즈가수 윤희정의 공연에 찬조출연한 가수다. 지난해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12만원짜리 티켓을 1000장이상 팔았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서울대 재학시절 이수만 등과 함께 음악서클 ‘들개들’을 조직해 밤무대활동까지 했을 정도.
올해 치과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김형규씨(25)는 케이블 방송 KMTV와 NTV 등에서 7년차 중견 VJ로 활동중이다. 현재 아버지의 치과에서 수련을 하고 있지만 연예활동은 ‘자아실현의 또 다른 방편’이라고 믿는다. 언젠가 반드시 공포영화 감독으로 데뷔할 계획을 갖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예총회장을 지내고 1960년대 ‘빨간 마후라’‘미워도 다시한번’등의 영화에 미남 스타로 활약했던 국회의원 신영균씨가 있고, 3000여곡의 주옥같은 가요를 작곡한 고 길옥윤씨도 서울대치대의 전신인 경성제대 치과의학전문학교 출신이었다.
▼예술이 좋다▼
현재 서울대치대에는 덴탈오케스트라(음악) 상미촌(미술) 등 6개의 문화예술 동아리가 있다. 오케스트라와 상미촌엔 치예과생 100여명이 활동 중인데 입회경쟁이 치열해 따로 시험까지 볼 정도. ‘예술과 의학’과목은 전공필수이기도 하다.
서울대치대 수련의 홍순민씨(25)는 “치대를 선택한 사람 중에는 의사이면서도 생과 사를 다룬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는 이가 적지않다. 여기서 얻은 ‘자유’를 예술적 창작으로 승화시키려는 욕구가 많이 눈에 띄는 까닭에 치과의사 출신의 예인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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