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류의 발라드’라는 말이 일반에 통용될 정도로 신승훈의 음악은 그 정체성이 확실하다. 10년 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비롯한 자작곡들이 레코드회사 문전에서 홀대 당했다는 그다. 그 후 10년 동안 ‘신승훈류’라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그가 어떤 음악적 계보의 정점에 자리한다는 데에서 느끼는 희열은 뮤지션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것일 것이다.
그런 신승훈에게는 머리를 손질할 별도의 한 시간이 없으면 절대로 무대에 오르지 않는 특별한 면이 있다. 그래서 남보다 녹화장에 한시간씩 일찍 도착한다. 그의 스타일리스트와 그가 “됐다”라는 만족감을 보일 때도 다른 사람들은 “아까 그 머리랑 똑같은데…” 라는 반응을 보이기가 일쑤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 중 어느 한 방향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며, 그 방향이 카메라 쪽에 더 비춰지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이야기도 한다. 그는 그만큼 매사에 신중한 사람이다. 음악과 무대에 관한 한, 10년을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가질 수도 있는 자만이나 방심이란 없다.
그가 무대에서 농담을 섞어가며 객석으로 던지는 눈빛이나 미소가 그윽하다. 하지만 능숙해 보이는 신승훈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 지를 오랫동안 함께 한 방송관계자들만 안다. 그는 자신의 음감보다도 더 섬세한 신중함의 미덕을 지닌 사람이다. 또한 한없이 자기자신을 닦아세우는 음악적 엔터테이너다. 그의 성공 비결은 슬프도록 고운 목소리와 천부적인 음악성에 자기 통제의 신중함을 겸한 데에 있다.
데뷔 2년째인 조성모를 신승훈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그가 신승훈을 따라 잡으려면 앞으로 8년 동안 계속해서 최고의 자리를 더 지켜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박해선(KBS PD·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