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쥬’하면 제일 먼저 여자 보컬 최다비(23)의 구슬같은 목소리가 떠오른다. 하지만 직접 들어본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허스키하다. 목소리 톤도 낮고 차분하다. 남자 멤버 주민(26)은 “아침이라 목이 잠겨서 그렇지 노래만 부르면 싹 바뀐다”고 설명했다.
사실이야 어쨌든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두 멤버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끈적끈적한 정통 R&B(리듬 앤드 블루스)’를 불러도 좋을 성 싶은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비쥬’의 3집 ‘Face the Music R&B’의 타이틀곡 ‘쌍띠망’은 그런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노래다. 미국 R&B의 총아 ‘에릭 베네’의 곡 ‘Why You Follow Me’를 리메이크한 이 곡은 ‘비쥬’의 이전 곡들과 달리 성숙한 느낌. 라틴풍 기타 연주에 최다비의 프랑스어 내레이션이 곁들여져 언뜻 들으면 샹송같고 어떻게 들으면 미국을 공습하고 있는 ‘라틴 팝’같기도 하다.
1집의 ‘러브 러브’, 2집의 ‘누구보다 널 사랑해’ 등 귀엽기만 한 R&B곡으로 인기를 얻었던 ‘비쥬’에겐 생경한 모험이다. 밝고 친숙한 멜로디의 전형적인 ‘비쥬식’ 곡조 때문인지 실제로 공개방송에 나가면 ‘쌍띠망’보다도 ‘I Swear My Love(내 사랑을 맹세해)’가 더 반응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비쥬’는 이런 저런 고민이 많은 표정이다. 주민은 “에릭 베네의 곡도 사실 5분이 넘는데 방송에 나가려면 3분30초를 절대 넘을 수 없어 많이 잘랐다”고 말한다. 최다비 역시 “알 자로 등 재즈나 정통 R&B를 좋아하지만 기존 이미지가 워낙 맑은 것이다 보니 선뜻 시도하긴 어렵다”며 “‘쌍띠망’은 한국적으로 손질했는데도 팝 느낌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고 말했다.
단숨에 1위를 정복했던 1집과 비교하면 걱정이 될 법도 하다. 그래서 후속곡은 반응좋은 ‘I Swear My Love’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돌 스타로만 남지 않으려면 발전이 필요한데 변신은 쉽지 않군요.” 주민이 씩 웃으면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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