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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구책 발표]정주영-몽구-몽헌회장 동반퇴진

입력 | 2000-05-31 18:55:00


현대그룹은 31일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을 비롯해 몽구(夢九) 몽헌(夢憲)회장 등 창업자 일가가 모두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며 그룹도 사실상 해체해 계열사별로 독자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정몽구회장이 “자동차 소그룹의 전문경영인이자 대표이사로 남겠다”며 동반 퇴진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서 현대그룹은 내분 사태와 함께 부자,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을 전망이다.

최한영(崔漢永)현대자동차 홍보담당상무는 이날 밤 정몽구회장의 입장을 밝히는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그룹구조조정위원회 명의의 발표는 현대 기아자동차와 사전 협의가 없었으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정몽구회장이 현대자동차를 맡은 이후 6000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경영에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퇴진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최상무는 이에 따라 “계열사의 지분 정리와 함께 6월중 자동차부문에 대한 소그룹 계열 분리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정명예회장은 김재수(金在洙)구조조정본부장이 31일 오후2시 서울 계동 현대 사옥에서 대신 낭독한 발표문에서 “세계적인 흐름과 여건은 기업들이 독자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는 것 만이 국제 경쟁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며 “본인은 오늘부터 모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또한 정몽구회장과 정몽헌회장도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재벌 오너 일가가 그룹 경영에서 스스로 퇴진, 재벌의 각 계열사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정명예회장은 “정몽헌회장은 현재 추진중인 남북경협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여기에 관련된 사업에만 전념하고 정몽구회장 대신 국제적인 경영 감각을 가진 훌륭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명예회장은 31일 오전 김재수본부장을 자택으로 불러 이같은 결단을 밝혔으며 몽구 몽헌회장과 그룹의 핵심 인사들도 이 사실을 기자회견 직전까지 몰랐다.

현대그룹을 해체한 정명예회장의 결단은 다른 재벌들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회장은 이 발표에 대해 한때 반발했다가 정명예회장의 설득을 받아들이는 듯했으나 오후 8시40분경 ‘현대 기아자동차의 분명한 입장을 밝힙니다’라는 성명서를 통해 다시 불복의사를 밝혔다.

한편 현대는 이날 밝힌 현대 자구안을 통해 투자감축액 2조2000억원 외에 유가증권(2조7074억원) 부동산(6988억원) 기타 사업부문(3097억원) 등 3조7141억원을 추가로 마련해 총 5조9141억원의 유동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는 또 현대엘리베이터를 금년내 매각하고 금강산 개발사업은 부대사업 실시를 통해 내년말부터 영업수익이 발생하도록 하고 현재 추진중인 서해안공단 개발사업의 경우에는 대규모 외자 유치와 공단 분양 대금을 통해 현대의 자금 부담 없이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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