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낙동강을 살리자는 운동이 10년이 넘도록 되풀이돼 왔지만 낙동강이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수질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어두운 소식만 있을 뿐이다.
특히 낙동강 상류로 1000만 영남 주민의 젖줄인 안동호(安東湖)의 상황은 심각하다. 76년 안동댐이 건설될 때만 해도 1급수였던 안동호의 수질은 90년경부터는 2급수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3급수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낙동강 발원지인 강원 태백 및 경북 봉화 등지의 90여개 휴폐업 광산에서 흘러드는 폐수와 호수주변 축산농가에서 방류하는 가축분뇨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안동정보대의 조사결과 호수 바닥 토양은 카드뮴과 납 구리 비소 등 중금속으로 오염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계속 방치하면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대구와 경북, 부산 경남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많은 돈이 들더라도 하루속히 바닥을 준설하고 폐수 유입을 막기 위한 보(洑)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엄청난 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안동호를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 관리단의 태도는 유유자적이다. "유역이 워낙 넓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책임을 위로 떠넘기고 있다. 경북도와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대책마련은 고사하고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91년 영남주민을 경악케 했던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이 터졌을 때 행정당국은 연일 '특별대책'을 발표하며 낙동강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대책이 유야무야되고 이제는 방관자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안동호를 죽이는데는 20여년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를 완전히 살리는데는 100년이상이 걸린다는 사실을 당국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