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PC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운영체제 윈도(Windows)와 인텔(Intel)사의 메모리칩에 맞설 강력한 대항세력이 떠오르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지가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PC사용자들이 너나없이 컴퓨터의 두뇌로 쓰고 있는 양사의 제품(윈텔·Wintel)에 맞서기 위해 미국 최대 온라인서비스회사인 AOL과 미국 4위의 컴퓨터 제조회사인 게이트웨이가 올해 말부터 새로운 ‘두뇌’를 장착한 인터넷 응용기기를 본격 판매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항마’로 나선 두 회사는 MS에 대한 미 법무부 등의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에서 원고측에 적극 가세해온 업체들. 게이트웨이의 임원 제임스 폰 홀은 법정에서 “우리 회사가 만든 컴퓨터에 쓰이는 웹브라우저로 MS의 익스프롤러 대신 AOL의 넷스케이프를 채택하자 MS가 압력을 가해왔다”고 증언해 MS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두 회사가 이번에 ‘윈텔타도’ 제품을 내놓겠다고 선언한 것은 MS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것. 이들 회사는 윈텔에 대항할 두뇌로서 ‘크루소칩’을 장착한 제품들을 내놓는다.
‘로빈슨 크루소’의 이름을 본뜬 크루소칩은 신생 메모리칩 제조 벤처회사인 트랜스메타를 동원해 윈도의 라이벌 운영체제인 리눅스를 내장한 신종 메모리칩.
전문가들은 크루소칩이 윈텔에 맞설 만한 기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무료 운영체제인 리눅스를 갖췄기 때문에 값이 아주 쌀 뿐만 아니라 크기도 작아 1W의 전력으로도 작동할 수 있는 초절전형이기 때문.
AOL 등의 지원을 받은 트랜스메타는 최근 5년 사이 ‘비밀 연구소’에서 크루소칩 제작에 땀을 흘려왔다. 트랜스메타의 전망을 밝게 본 세계 각지의 굵직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댔다.조지 소로스, 컴팩 컴퓨터, 도이체 방크, 삼성, 소니, 대만 컴퓨터 업체 등이 8800만달러(약 970억원)를 투자했고 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도 뛰어들었다.
트랜스메타는 또 리눅스의 창시자인 핀란드 출신 프로그래머 리누스 토발즈를 기용해 ‘윈텔 목 조르기’를 구체화했다.
AOL과 트랜스메타는 이제는 PC 시대가 저물고 있으며 무선 인터넷을 이용한 메모장 형식의 소형 컴퓨터인 웹패드나 디지털 셀룰러폰 등이 주축이 되는 ‘포스트 PC’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인텔과 MS는 여전히 PC가 컴퓨터 세계의 중심이며 웹패드 등은 PC의 주변기기에 불과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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