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소설같은 사업에 미련을 두지 말고 현 수준에서 세계시장에 진출할 종목을 찾아 준비하라.”
국내 신약개발 분야의 선두 주자중 하나인 LG화학의 양흥준(楊興準)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30일 새로 개발한 항생제 ‘팩티부’의 생산 공정에 대한 미 식품의약품국(FDA)의 실사를 성공리에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본부장은 지난해부터 급증한 바이오 벤처기업의 사업 방향과 기업 환경에 대해 ‘쓴소리’로 일관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을 앞두고 미국 회사 5,6개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생물정보학 같은 첨단 연구 분야에 국내 바이오벤처 1개사가 뛰어드는 것은 소설같은 이야기다.”
양본부장은 국내 환경에 적합한 사업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내 기업은 위험 부담이 비교적 적은 육종을 위한 유전학 연구나 식품첨가물 농약 개발 등 작은 아이템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
양본부장은 그러나 국내 바이오산업 환경이 워낙 열악해 이런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생명공학에 대한 국내 전체 연구개발비가 세계적인 제약회사 1개사의 30분의 1수준에 불과하고 신약과 신기술이 나와도 이를 제대로 평가하거나 투자할 기관이 없는 상황에서는 바이오 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산업 인프라를 확충하고 대학이 연구개발 여건을 성숙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신생 벤처는 시장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이 국내 바이오벤처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양본부장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아직 찾지 못했다”며 “신약개발 및 실험의 노하우를 축적한 LG화학은 앞으로 HGP 분야를 국내외 벤처 기업에 아웃소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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