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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잔루… 잔루… 김빠진 라이벌전

입력 | 2000-06-01 00:55:00


야구에서 가장 ‘재미없는’ 경기 중 하나가 ‘잔루’가 많은 경기.

잔루란 ‘공격이 마무리될 때까지 홈에 들어오지 못한 주자의 수’를 말한다. 주자를 내보내고도 점수를 올리지 못하면 선수는 풀이 죽고 관중은 늘어지는 경기에 실망하게 된다.

31일 벌어진 잠실 LG-두산전의 스코어는 3-2. 언뜻 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LG의 안타는 9개, 볼넷은 3개. LG는 두산의 실책 2개까지 등에 업었다. 두산 역시 안타수는 LG보다 적은 6개였지만 볼넷은 더 많은 4개를 얻어냈다. 충분히 점수가 더 날 수 있었던 경기였으나 잔루가 많아 점수가 적었다.

LG 선발 최원호는 7회까지 던지면서 5회와 7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고도 실점한 것은 4회뿐. 두산은 나머지 1,3,6회에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까지 보내고도 ‘후속타 불발’로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두산 선발 최용호 역시 6회 교체되기 전까지 3회를 제외하고 모두 주자를 내보냈지만 4회를 제외하고는 실점하지 않다가 6회 교체된 투수 구자운의 송구 실책으로 실점이 기록됐을 뿐이었다. 3루 주자를 3차례나 홈에 불러들이지 못한 LG 타자들도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그나마 9회말 김재현의 짜릿한 끝내기 안타가 유일한 ‘팬서비스’였다. 이날 경기시간은 3시간8분. 3시간7분 동안 재미없다가 마지막 1분짜리 ‘라스트 신’이 극적인 반전을 이뤄 ‘본전생각을 잊게 해준 영화’였다고나 할까.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