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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골리앗' 서장훈 대표팀 이끌며 '구슬땀'

입력 | 2000-06-01 19:30:00


태극마크는 거의 모든 운동선수의 '꿈'. 그러나 남자농구선수들은 반대다. 대부분 대표팀에서 제외되기를 바라는 게 농구 톱스타들의 솔직한 심정. 객관적인 전력상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든 처지여서 잘해야 본전도 못찾을 때가 많고 비난의 화살만 맞기 일쑤. 게다가 자칫 다치기라도 하면 정작 자신의 연봉과 직결된 프로농구 시즌 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 '몸이 재산'인 프로들로서는 실리도 명분도 적은 비시즌에 대표 차출을 꺼리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를 일.

8일 개막하는 아시아농구협회(ABA)2000대회에 출전하는 한국올스타팀에 뽑힌 SK 나이츠의 '골리앗' 서장훈(26·2m7).

그 역시 '가욋일'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가뜩이나 현대와의 챔프결정전에서 다친 왼쪽발목이 신통치 않아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대표팀 훈련에 임하는 서장훈의 의욕은 넘친다. 훈련 시작에 앞서 4월초부터 일찌감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만들기를 해왔다. 평소 비시즌만 되면 살을 빼느라 애를 먹었으나 올해에는 시즌 때 보다도 체중이 줄었을 정도. 지난해 비시즌때 보다 10㎏ 적은 111㎏를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꾸준히 땀을 흘렸다는 얘기다. 갑자기 애국심이라도 타오른 것일까.

"이번 선발은 예전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내가 앞장 서야 될 입장이며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세대 신입생 때인 93년부터 8년 넘게 대표로 활동하고 있지만 선배 밑에서 그저 거드는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는 게 그의 말.

그러나 이 대회에서는 명실상부한 간판스타로 팀을 이끌어야 할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지난 시즌 한국프로농구 챔피언팀의 최우수선수(MVP)라는 자부심도 크다. 또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각국의 프로올스타와 미국프로농구(NBA) 친선팀이 출전한 가운데 국내 최고 센터로서의 자존심을 펼치겠다는 각오.

올스타팀 코치인 SK 최인선 감독은 합동훈련을 시작한 뒤 단 하루도 빠지지 않으며 뜨거운 열의를 보이고 있는 서장훈이 '너무 무리하는게 아닌가'하고 걱정할 정도.

"내 성격이 대충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준비기간이 짧았지만 후회없는 게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출중한 기량 만큼이나 성숙해진 서장훈의 출사표다.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