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일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정당대표 동행 요청을 공식 거부하면서 ‘초당(超黨)외교’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여의도 당사를 방문한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으로부터 ‘정상회담에 한나라당 대표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거절한 이유는 야당 대표가 동행할 경우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휘말려 체제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
▼"준비과정 철저히 소외돼"▼
그러나 진짜 이유는 그동안 회담 준비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행태에 대해 한나라당이 깊은 불신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내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일부 여권 인사들이 지난달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박근혜(朴槿惠)부총재의 정상회담 동행설을 흘린 일이라든지, 북한에 비료 20만t을 보내면서도 한마디 사전 통보가 없었다는 점 등을 놓고 한나라당은 불쾌감을 넘어 “회담에 야당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갖게 됐다는 것.
나아가 한나라당측은 이날 만남에서 “핵과 미사일, 테러 등도 정상회담의 의제로 명문화해 논의해야 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정부와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돕기로 해놓고선 딴소리"▼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정상회담에 당파를 초월해 협조하기로 해놓고 딴소리를 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지엽적인 문제를 구실 삼아 초당외교의 명분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북한측에 끌려 다니는 정부의 태도를 비난했을 뿐 정상회담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초당적 대처를 하자면서 판을 다 벌인 다음에 야당 대표의 동행을 요구하면 되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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