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제공자가 만14세 미만의 아동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달 1일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지침의 미성년자 관련 규정 때문에 인터넷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규정은 개인정보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판단력이 부족한’ 만14세 미만의 아동을 가입시키려면 법정대리인, 즉 부모의 동의를 얻도록 한 조항.
그러나 상당수 서비스 업체는 가입자의 저항감을 줄이기 위해 신규가입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나이 파악이 불가능한데다 부모의 동의를 얻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지침이 아니더라도 최근 잇따른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정보 보호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이 높아 어떤 식으로든 ‘노력한 흔적’을 보이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 인터넷포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광고수입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수익원이 없는 상태에서 부모 동의 여부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부담이 더해져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서비스업체들은 올해 2월 미국에서 ‘온라인어린이보호법’이 입법화되자 국내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예상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난처해졌다고 말한다.
야후코리아의 경우 혹시 있을지도 모를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생년월일 대신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토록 할 계획. 또 가족계정을 신설해 만14세 미만의 아동이 가입을 희망할 경우 가족계정 코너로 자동 이동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요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야후코리아 관계자는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동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54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채팅서비스 하늘사랑은 아예 만14세 미만 아동의 신규 가입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부모의 동의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수많은 인력과 장비를 갖춰야 하는데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하늘사랑 관계자는 “만14세 미만 고객이 전체의 8%인 40만명에 이르러 무시할 수 없지만 복잡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것보다는 잠정적 가입 거부가 현명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1120만명이 가입한 국내최대 포털서비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만14세 미만에 해당하면 ‘부모님 동의를 받았습니까?’라는 메시지를 띄워 ‘Yes’ 또는 ‘No’로 대답을 유도할 방침. 그러나 다음 관계자는 “인터넷서비스는 무료이기 때문에 유료서비스인 PC통신처럼 직접 부모와 통화하는 방식으로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정보통신부 김정우 사무관은 “부모 동의 규정은 판단력이 부족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했다”면서 “업계 반응을 지켜본 뒤 올해 하반기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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