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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가족을 보좌관으로 쓰다니

입력 | 2000-06-04 19:39:00


국회는 의원들의 정책개발기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4급보좌관 1명씩을 증원했으나 본래 목적과는 달리 편법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신설된 정책 보좌관을 지구당 사무장으로 배치하거나 과거처럼 능력도 없는 친인척을 보좌관으로 등록했다는 것이다.

여야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의원 개인마다 4급보좌관 1명을 증원키로 한 것은 15대 국회 막판인 지난 2월이다. 이에 따라 의원 보좌진은 기존의 4, 5, 6, 7, 9급 각 1명에서 4급이 2명인 6명체제가 됐다. 연봉이 약 4000만원인 4급 1명을 증원함으로써 국회예산도 126억원이나 더 늘었다.

이처럼 상당한 예산이 드는데도 정책보좌관 증원에 대해 여론이 얼마간 눈을 감아 준 것은 의원들의 정책활동이 훨씬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과거 국정감사나 청문회를 보면 일부 의원들은 사비(私費)까지 들여 엘리트 보좌진을 구성하고 그들이 개발한 정책제시로 국민의 열렬한 박수를 받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의 전문화와 능률 극대를 위해서는 보좌진의 활동과 기능이 무엇보다 강화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일부 의원들은 보좌직을 제대로 운영할 생각은 하지 않고 지구당 사무장 ‘대용’이나 가족 또는 친인척의 ‘일자리’ 정도로 이용하려한다니 한심스러운 현상이다. 여기에는 보좌진의 채용이 전적으로 의원 개인에 맡겨져 있는 데도 그 원인이 있다.

일부 의원들은 정당법 개정으로 지구당에 유급사무원을 둘 수 없어 4급 보좌관 1명을 지구당에 내려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국회의 의원사무실이 좁아 할 수 없이 4급 보좌관 1명을 지구당이나 개인 사무실로 내보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변명도 들린다.

또 가족이나 친인척 중에는 자질을 갖춘 사람도 있는 만큼 기왕이면 그들을 채용하는 것이 뭐가 잘못이냐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국민에게 약속한 본래의 보좌관 증원 취지를 의원 스스로가 어기는 것이고 해당의원의 도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억지 변명이다.

의원들의 내실있는 입법활동과 정책 개발을 촉진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4급보좌관제의 편법 이용은 못하게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국회 사무처나 당 차원에서 실상을 파악하고 시정책을 마련해야 한다.